헤어 토너(Hair Toner)는 모발 색이 다양한 서양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시적으로 헤어 컬러를 바꾸는 제품들이다. 머리를 감으면 곧 사라지는 틴트부터 한 달 이상 유지되는 컬러 샴푸까지 색상만큼 효과도 제형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선 일명 ‘보색 샴푸’, ‘보색 트리트먼트’가 가장 잘 알려진 헤어 토너.
초등학교 미술 시간으로 돌아가 색상환을 들여다보자. 보색이란 색상환에서 180도 방향에 있는 색을 말한다. 성격이 완전히 반대라 둘을 나란히 놓으면 서로를 최고로 강조하지만, 섞으면 둘 다 힘을 잃어 회색, 검정 등 무채색이 된다. 수술복이 진초록인 이유는 선홍색 피가 묻어도 보색이라 거무튀튀해 보이기 때문이다. 자주, 붉은 갈색 머리가 퇴색돼 오렌지를 띤다면 보색인 푸른색 샴푸, 트리트먼트로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다. 푸른 계열로 염색한 머리가 초록이 됐다면 자주와 빨강의 중간쯤인 핫 핑크가 상쇄시킨다.
보색 샴푸 구매 후기를 읽다 웃음을 참지 못한 적이 있다. 금발에서 노란 기를 가라앉혀 애시 브라운 계열로 바꾸고 싶었던 구매자는 푸른색 샴푸로 머리를 감고 곧 비명을 지르게 된다. 물미역처럼 생생한 초록색 머리가 됐기 때문. 구매자 금발은 레몬색에 가까운 밝은 노랑이었는데 파랑을 더하니 혼색의 원리대로 정직한 초록이 된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오렌지가 전혀 안 도는 노랑의 보색은 남보라지, 파랑은 아니다.
모발 밝기와 보색 제품의 양, 방치 시간도 중요하다. 밝은 모발에 진한 보색 샴푸를 너무 많이 쓰고 오래 방치하면 상쇄를 넘어 제품 고유색이 돼 버린다. 반대로 탈색을 거의 안 한 진한 모발에 밝은 보색 제품을 쓰면? 발색이 거의 안 된다. 자기 모발의 톤, 밝기를 면밀히 관찰해 적당량을 써야만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꼭 보색이 아니어도 괜찮다. 예를 들어 핑크로 염색했는데 발색이 좀 아쉽다면 더 진한 핫핑크로 채도를 올릴 수 있다.
글레이즈, 스프레이처럼 색소 농도가 낮아 수시로 써도 괜찮은 제품도 있지만, 발색력 아주 강한 샴푸나 트리트먼트는 색이 어느 정도 빠지길 기다렸다 다시 하는 게 좋다. 오래 색을 유지하고 싶다면 색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컬러 보호 전용, 머릿결이 푸석해졌다면 케라틴, 세라마이드 같은 단백질, 지질을 공급해 모발을 보호하는 샴푸, 트리트먼트를 써볼 것.
보색 샴푸
보기 싫은 머리색을 억누르는 게 목적이라면 색상환에서 정확히 그 보색을 찾아야 한다. 밝은 머리에 진한 보색 샴푸, 트리트먼트는 일주일 이상 기한을 두고, 어두운 모발에 밝은 컬러는 주 1~2회까지 써도 좋다. 브랜드에 따라서도 발색력은 다 다르다. 일부 보색 샴푸는 착색력이 강해 최소 일주일은 유지된다. 너무 진하게 발색되는 게 걱정스러우면 일반 샴푸, 트리트먼트에 섞어 쓰면 된다.
기타 헤어 토너
샴푸가 대표적인 토너지만, 여러 목적에 맞는 다른 제형도 많다. 헤어 트리트먼트나 마스크는 톤 조정과 동시에 모발을 보호하고 윤기를 주며, 미스트는 매일 스타일링 할 때 뿌리면 염색이 퇴색되지 않게 하고 열, 자외선에서 모발을 보호한다. 틴트는 수용성 색소라서 밝은 모발을 희석액에 담그거나 모발에 바르면 즉시 착색되고 부위별 다른 색 염색도 가능하며, 하루 이틀 유지하기 좋다.
컬러 유지
모발 속까지 침투해 멜라닌 색소를 빼고 염모제 색소를 집어넣는 영구 염색도 자외선, 물속 염소, 알칼리성 샴푸, 뜨거운 물, 열 기구 등 때문에 결국은 색이 바래기 마련. 염색을 오래 유지시키는 제품엔 이들 악영향으로부터 모발을 보호하는 성분이 들었다. 모발용 자외선 차단제 인증은 없어서 기능이 있어도 구체적 표기는 할 수 없으니 설명을 잘 읽어볼 것.
염색모 케어
염색, 탈색한 모발은 군데군데 단백질이 빠져 구멍 난 상태이기 쉽다. 약산성 샴푸로 짧은 시간, 가볍게 이틀에한 번 정도샴푸하고 전용 트리트먼트, 마스크로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해줘야 더 손상이 진행되지 않는다. 두피, 모근은 살아있는 세포지만 자라난 모발은 그렇지 않아서 강력한 코팅 성분이 든 헤어 케어 제품은 모발에만 발라야 두피 모공을 막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