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서초동 연락받았다” 전화…‘최재영 녹취’ 들어보니

김정민, 황수빈 2024. 6. 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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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계셨어요? 김창준 의원님 건으로 서초동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우선 절차를 좀 많이 밟아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대통령실 소속 조모 과장이 2022년 10월 17일 최재영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서초동’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민원과 관련해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최 목사가 같은 해 9월 13일 김 여사와 면담한 지 한 달여 만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의 행사·일정 등을 담당해온 조 과장이 연락해왔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 2차 소환조사 당시 “김 여사에게 청탁한 증거”라며 조 과장과 통화를 포함한 관련 녹취 파일을 수사팀에 제출했다.

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최 목사와 조 과장 간 통화 녹취 파일에는 김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 조 과장이 관련 내용을 직접 알아보고 국가보훈부(당시 국가보훈처) 담당 직원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 과장이 언급한 ‘서초동’의 의미는 분명치 않다. 다만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리모델링 중이어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고 있었고, 최 목사와 면담도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김 여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조 과장은 통화에서 최 목사에게 “김창준 의원님께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하시면서 (김 전 의원) 사모님이 ‘여사님’ 면담을 요청하시는 걸로 들었는데 맞느냐”며 면담 요청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조 과장은 최 목사에게 국립묘지 안장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하고 국익을 위해 뛰어난 활동을 했던 전례가 있으면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이 돼서 (안장대상심의) 위원회에서 심의를 봐서 심의를 통과하면 안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등이다. 그러면서 “해당 부서의 담당자를 알려드리면 되냐”고 물은 뒤 “보훈처에 해당 부서에서 이 일을 담당하는 분 성함을 알아서 목사님 핸드폰으로 보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최재영 목사와 조모 대통령실 과장이 지난 2022년 10월 17일 나눈 문자. ‘사모님’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부인으로 추정된다. 사진 서울의소리

조 과장과의 통화 닷새 뒤 실제 보훈부 직원과의 통화가 성사됐다. 최 목사가 통화한 대상은 보훈부 예우정책과 소속 A사무관이었다. A사무관은 최 목사가 ‘조 과장이 제 이야기를 했냐’고 묻자 “아니오. (조 과장이) 파견 나가 있는 과장님께 말씀했나 봐요. 그래서 누구라고는 저는 듣지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최 목사는 지난달 31일 검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며 “(보훈처 직원은) 용산에 파견된 국가보훈부 과장급 직원 1명을 통해 미리 언질을 받았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A사무관 역시 “국민훈장·수교훈장·산업훈장 등 7대 훈장을 받은 국가사회공헌자 중에서도 국위를 선양하거나 국민적 추앙을 받는 인물로서 안장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신 분만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지난해 7월 21일엔 국가보안법 위반 우려로 송출이 중단된 통일TV 송출 재개 청탁과 관련한 통화도 했다. 조 과장은 최 목사에게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인 것 같은 데 우선 외부적인 압력이나 어떤 상황에 의해 지금 이렇게 된 것인지 알아보고 있다”며 “저희가 행정적인 절차나 이런 걸 완전히 무시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통화에도 불구하고 최 목사의 김 전 의원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관련 청탁은 결국 이뤄지진 못했다.

중앙일보는 최 목사와 청탁 관련 통화 경위를 묻기 위해 조 과장 및 국가보훈부 A사무관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다른 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국립묘지 안장에 대해선 여기저기서 수없이 많은 민원 전화를 받기 때문에 최재영 목사와의 통화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만약 대통령실 관련 사안이었으면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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