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섬' 대만, 컴퓨텍스 부활…엔비디아·AMD·퀄컴·ARM 몰려왔다
부품 박람회에서 인공지능(AI) 최전선으로, 제조기지에서 AI 중심지로.
3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전자기기 박람회 ‘컴퓨텍스 2024’는 AMD·퀄컴·ARM 최고경영자(CEO)들의 기조연설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전날 엔비디아 젠슨 황 CEO에 이어, 주요 반도체 업체 수장들이 자사 인공지능(AI) 기술·제품을 잇달아 공개한 것.
올해 컴퓨텍스 관람객은 지난해의 두 배인 5만 명에 달하고 4500개 기업 부스가 꾸려져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만 컴퓨터 제조·조립 회사들이 부품을 전시하던 컴퓨텍스의 위상이 이처럼 높아진 건, ‘AI 하드웨어의 중심지’로 부상한 대만의 지위를 반영한다. AI를 훈련·구동할 컴퓨팅(연산) 성능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대만계 CEO가 이끄는 엔비디아·AMD는 물론 TSMC·미디어텍·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대만 관련 기업이 설계·파운드리·후공정·서버에 이르기까지 약진하고 있어서다.
컴퓨텍스 주관사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TAITRA)의 케빈 황 회장은 “대만은 완벽한 AI 생태계와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갖춰, 전 세계 고객사들이 이상적인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AI 섬 대만’에서 발표된 AI 신제품
3일 리사 수 AMD CEO는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AI 시대 고성능 컴퓨팅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수 CEO는 “AI 혁명으로 올해 컴퓨텍스는 가장 크고 중요해졌다”라면서 AMD의 데스크톱·PC용 프로세서와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AI 가속기 신제품을 각각 발표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I 가속기 신제품을 공개하며 “엔비디아 B200(신형 GPU)보다 1.5배 많은 메모리 용량과 1.2배 빠른 성능을 갖췄다”라고 말할 때는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같은 날 기조연설을 한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ARM의 르네 하스 CEO는 “ARM 기반의 AI 기기가 내년 말까지 1000억 대 이상에 달할 것”이라며 "ARM 기반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개발자가 쉽게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자사의 새로운 CPU 베라가 ARM 기반으로 설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기조연설에서 자사의 AI PC용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X’를 “차세대 AI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으로 내세웠다. 스냅드래곤은 주로 모바일·저전력 기기에 사용됐으나 이제 PC에 장착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비서 코파일럿을 구동하는 다양한 스냅드래곤 기반 AI PC를 이달 중순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AMD 발표에 삼성·SK도 ‘쫑긋’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와 뒤쫓는 AMD가 경쟁적으로 신제품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내년 출시할 블랙웰 울트라에 12단 적층 HBM3E(5세대)를 탑재하고, 차차세대 플랫폼인 루빈에는 HBM4(6세대) 8개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이에 질세라, 3일 리사 수 CEO는 AMD가 “업계 최고 메모리 용량인 288기가바이트(GB)짜리 HBM3E를 탑재한 AI 가속기 MI325X를 오는 4분기 출시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현재 판매 중인 H200에 HBM3E 6개(총 141GB)가 들어가는데, AMD 신제품에는 그 두 배를 넣겠다는 것.
차세대 HBM 수량 증가가 공개된 셈이라, 해당 스펙의 HBM을 공급할 수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양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HBM3E 샘플을 5월 내 고객사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한다”밝혔고,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내 12단 HBM3E 양산을 선언했다. 급증하는 AI 플랫폼 수요에, HBM3E 물량이 필요한 엔비디아가 삼성 제품을 채택할 지도 주목된다.
한편, 지난달 리사 수 AMD CEO가 기술 포럼에서 3나노(㎚·1㎚=10억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법으로 칩을 생산하겠다고 언급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AMD 물량 수주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 CEO는 “어느 파운드리를 쓴다고 말한 적 없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현재 3나노 GAA 공정을 쓰는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타이베이=이희권 기자, 심서현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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