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땐 석유 발견 해프닝…포항 영일만, 이번엔 성과내나
1959년 첫 석유탐사를 시작한 지 65년 만에 한국이 명실상부한 산유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경북 포항’ 지역은 석유탐사 초기부터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곳이다.
포항 지역에 석유 부존 가능성이 제기된 건 1960년대부터다. 국립지질조사소는 1959년 전남 해안 우황리 일대에서 국내 최초로 석유탐사를 실시한 뒤, 1964년 포항지역에서 탐사를 이어갔다. 당시 시추 과정에서 소량의 천연가스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제성이 없어 더 이상의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천동지할 일이 생긴 건 1975년이다. 1차 석유 파동(1973년)으로 물가상승률이 20%대까지 치솟자 박정희 정부는 자체적인 석유 수급을 위해 포항 영일만 일대를 중심으로 다시 시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1975년 12월, 시추공 중 한 곳에서 드럼통 한 통 정도 되는 양의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이를 원유라고 판단한 정부는 이듬해인 1976년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해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원유라면 휘발유·경유·등유·증유·가스 등 여러 물질이 뒤섞여 나와야 하는데 정밀 분석 결과 비정상적으로 경유 함량이 높았다. 정부는 1년여 뒤인 1977년 2월 “포항 석유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시추를 중단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이후 자원개발은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지만, 실패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석유공사는 20년가량의 탐사 끝에 1998년 6월 울산 남동쪽 58㎞ 해상에서 가스전을 발견하면서 처음으로 성공의 달콤함을 맛봤다. 실제 한국은 이 가스전을 통해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 반열에 올랐다. 2004년부터 2021년 말까지 해당 지역에서 동해1·2가스전을 개발해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천연가스와 초경질유를 생산하기도 했다.
동해 가스전을 끝으로 당장 산유국의 명맥은 끊겼지만, 일본과 공동 개발 중인 '제7광구'도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는 곳이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이면서 일본 규슈 서쪽에 위치한 대륙붕(육지의 연장 부분) 일부 구역을 뜻한다. 상당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1974년 일본과 공동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일각에선 내년 6월 이후 일본이 한ㆍ일 공동개발협정을 깨고 독자적으로 7광구를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동개발 협정이 끝나는 시점은 2028년 6월이지만 2025년 6월부터 두 나라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끝내자고 통보할 수 있어서다. 〈중앙일보 5월20일 B1면 참조〉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독자 행동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법상 해양경계협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양국은 해양경계를 저해하거나 위태롭게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일본이 이를 위반해 독자적 개발을 이어갈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 가 정식 재판을 받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7광구는 이번 포항 영일만 사례처럼 구체적인 매장량이 확인된 건 아니다. 2004년 미국의 국제정책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는 “동중국해 원유 매장량은 미국의 4.5배, 천연가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지만, 동중국해 안에 7광구가 포함된 것일 뿐 이 지역을 콕 집어 말한 건 아니기에 지나친 희망고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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