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시험 돌입하는데 오늘 개강하는 의대…"휴학계 승인 논의"
" 개강이 언제인지 몰라도, 여름이 오기 전엔 학생들도 돌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
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의과대학. 건물 앞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김모씨는 “수업에 온 학생들을 봤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은 성대 의대의 1학기 수업 첫날이다. 증원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단 휴학 때문에 2월 28일로 예정됐던 개강이 석 달 이상 미뤄졌다.
“극소수의 학생만이 수업에 참여했다”던 학교 관계자의 말대로 건물 안에선 의대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의실과 실습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도서관엔 가운 몇 벌과 두꺼운 의학 서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 건물 3층에서 만난 한 대학원생은 “지난해 의대 수업 조교를 하며 알게 된 의대 학부생에게 ‘수업 안 오냐’고 물었더니 ‘뉴스 안 보셨냐, (증원 반대로) 휴학했다’고 하더라”며 “자초지종을 설명 듣진 못했지만 쉽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은 기세였다”고 말했다.
뒤늦게 수업 재개한 의대 “소수의 학생 복귀”
울산대도 9번이나 개강을 연기한 끝에 이날 수업을 재개했다. 그동안 수차례 학생들에게 개강 날짜를 공지했지만, 학생들이 수업에 불참하면서 1주씩 개강을 계속 연기해왔다. 울산대 관계자는 “학년별로 소수의 학생이 복귀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며 “학년에 따라 대면과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 복귀 안 하면 휴학 승인밖에” 힘 얻는 현실론
개강을 한 이상, 수업에 불참한 학생들은 출석 일수 부족으로 인한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집단유급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학년제 전환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사립대 의과대학 관계자는 “모든 대책이 결국 학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학교로서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유급 아니면 휴학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휴학 승인권을 가진 일부 의대에서는 본부 측과 상의 없이 휴학계를 받아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서울의 한 의대 관계자는 “내일(4일) 의대 주임교수 회의를 열고 휴학계를 승인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본부와 달리 의대 내부에선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은 지난달 말 교수들에게 “곧 휴학을 승인해 줄 수밖에 없다”는 서신을 보냈다.
“휴학계 승인하면 국시 파행”
대학들은 교육부를 통해 사태가 수습되기 전까지 국시 실기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예년과 동일하게 9월 2일에 실기시험을 시행하겠다”고 못 박았다. 교육부 역시 “의대 증원 반대로 인한 동맹 휴학 승인은 법령상 불가능하다”(구연희 대변인)는 입장을 반복했다. 한 국립대의 의과대학 학장은 “현재 정상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본과 4학년 학생은 딱 한 명뿐”이라며 “정부가 돌아올 명분조차 주지 않고 강대강 대치만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시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들은 따로 협의체를 만들어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분을 받은 대학 32곳 중 20여 개 대학 총장들은 4일 오후 화상 회의를 열고 의대생 복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사 출신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이 모임의 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가람, 수원=최민지 기자, 채혜선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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