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정브리핑에서 '영일만 석유' 발표한 尹 “140억 배럴 가능성”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3일 오전 10시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 연두색 넥타이 차림으로 단상에 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리고자 한다”며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4분 1000자’ 분량의 첫 국정브리핑이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와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전했다. 설명하는 윤 대통령 옆 모니터에는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추정 지점이 표시됐다.
윤 대통령은 “이는 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며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가스전 개발이 물리 탐사→탐사 시추→상업개발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며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단계로 넘어갈 차례”라고 말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한 윤 대통령은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며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도 벌써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제(2일) 직접 대통령께 탐사 결과를 보고했다”며 “140억 배럴 중 가스가 4분의 3, 석유가 4분의 1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향후 구체적 일정은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안 장관의 설명이다. 안 장관은 매장 가치가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도 언급했다. 지난 주말 기준 삼성전자 시총을 440조원으로 계산했을 때 2200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자료 조사 결과만으로 석유·가스 개발이 현실화한 것처럼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개발 성공률에 대해 “저희가 받은 자료에는 20% 정도로 나왔다”고 말했다. 여전히 실패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해 개발한 동해 가스전도 개발 초기 기대가 컸지만, 2004년부터 17년간 4500만 배럴을 생산하고 가스 고갈로 구멍을 틀어막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오전 9시부터 용산 청사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 중이었는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10시) 5분 전에야 관련 일정을 공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일정 자체가 보안 사안으로, 오늘 아침 핵심 참모 몇 명만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기자들을 상대로 중대 현안을 직접 보고하는 국정브리핑을 계속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국민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두루 묻는 기자회견도 계속하게 되겠지만, 국정 브리핑은 그보다는 한 사안에 대해서 국민이 궁금해하시는 걸 말씀드리고 질문도 받으려고 한다”며 “현안이 있을 때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보고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은 발표 후 별도 질의·응답 없이 바로 자리를 떴다.
야당에선 비판이 나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석유·가스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지지율 하락세를 전환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뜬금없는 대통령”이라며 “돋보일만한 대목에는 대통령이 나서고,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대목에는 철저히 숨어 있는, 참으로 비겁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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