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은 그날, 졸음운전 맞았나…'진도 저수지 살인' 재검증
전남 진도 저수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재심을 맡은 재판부가 사건 발생 21년 만에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사건 당시 현장검증은 도로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등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험금 노린 살인” vs “졸음운전”
진도 저수지 살인사건은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39분쯤 피고인 장모(66)씨가 운전하던 1t 화물차가 진도 명금저수지로 추락한 후 발생했다. 장씨는 저수지 밖으로 빠져나왔으나, 조수석에 탔던 아내(당시 45세)는 탈출하지 못해 숨졌다.
당시 경찰은 장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그가 보험금 8억8000만원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장씨는 “졸음운전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05년 살인죄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검찰 주장 반증할 결정적 증언”
이에 재판부는 이날 현장검증에서 차가 도로에서 직진만 해도 저수지에 빠질 수 있는지, 저수지 인근에서 핸들을 꺾어 방향을 틀어야만 저수지에 빠지는지 등을 비교·분석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몰던 사고 차와 비슷한 차종의 1t 트럭을 동원해 사고 당시 주행 속도인 시속 55㎞로 달리게 하면서 핸들을 조향(操向)하지 않고 도달하는 지점을 측정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드론과 영상 촬영 자동차 등을 동원해 주행 경로와 핸들의 방향 등을 확인했다. 검증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박 변호사와 검사 측이 서로 번갈아 가며 시운전했지만, 같은 조건의 주행에서도 도달 지점은 2~3m가량 차이를 보였다.
박 변호사는 “도로 구조와 사고 차의 교차로 진입 전 방향, 입수(入水) 방향 등을 반영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 측은 또 사고 당시 트럭 인양에 참여한 민간 잠수부 증언을 토대로 “사건 당시 트럭이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잠수부는 “당시 차가 빠진 지점 주변 수색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직선도로 주행 방향으로 진행해 추락했을 것을 가정하고 수색해서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전직 경찰관 도움…2022년 재심 결정
하지만 장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는 검찰의 즉시항고 등을 이유로 미뤄지다 그가 사망한 당일에야 이뤄졌다. 장씨는 해남교도소에 복역하던 지난 4월 2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재심인 이 재판은 당사자 사망 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일반 재판과 달리, 피고인이 사망해도 궐석재판으로 진행된다.
진도=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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