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정숙 순방’ 대대적 역공에도…지도부는 특검 신중론, 왜

심새롬, 전민구 2024. 6. 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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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면담 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3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향한 특검 공세로 떠들썩했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이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 논란을 포함한 ‘김정숙 종합 특검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어 주요 의혹을 나열했다.

김 여사의 ▶외유성 순방(배임 및 직권남용)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통한 의상·장신구 구매(국고손실 및 횡령) ▶샤넬 대여 의상 개인 소장(횡령) ▶경호처 공무원 수영강습(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등을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이날 “범죄적 의혹이 숱하게 제기돼 왔지만 어찌 된 이유인지 문재인 정부 때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도 관련 의혹을 한 번도 제대로 수사한 적이 없다”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며, 대통령 재임 중 배우자 비위와 관련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내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김 여사의 인도 순방 기내식 비용(6292만원)을 폭로하며 의혹 제기 선봉에 선 같은 당 배현진 의원도 이날 “직권남용 혐의가 짙다”며 특검 추진을 밀어붙였다. 그는 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영부인은 사실상 국가 최고 권력자에 준하기 때문에 (인도 타지마할 방문에) 특혜성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직권남용 혐의인지, 문 전 대통령이 함께 국고 손실에 연루돼 공범 혐의가 있는지”를 특검 수사 대상으로 거론했다.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추진을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에 김정숙 특검법으로 맞불을 놓자는 게 윤 의원과 배 의원을 비롯한 여권 일각의 기류다. 현직 영부인에 집중된 비난 여론을 분산하는 동시에, 거야(汎野) 공세 방어 수단으로 여사 맞특검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도 집권 당시 영부인 문제가 만만찮았다. 전·현직 ‘영부인 대 영부인’ 프레임으로 가면 물타기 지적이야 받겠지만 어쨌든 우리도 공격 포인트는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당 지도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신중한 태도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김정숙 특검법 논의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오늘 의총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의총 후 “신중해야 한다”며 “뭐든지 상식에 기반을 두고 일을 해야지, 모든 걸 특검 가면 대한민국 사법기관이 다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윤상현 의원이 김정숙 특검법 공동발의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사인(서명)할 생각이 없다. 수사하면 될 일이고 미진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 특검으로 가야 한다”라고도 했다.

여당 지도부가 이처럼 여사 맞특검에 난색을 표하는 데는 여당이 김정숙 특검을 주장하는 순간, 야권의 김건희 특검도 정당성을 얻게 된다고 판단해서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우리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줄곧 ‘수사와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고 대응해왔는데, 김정숙 여사 건에 반대 기준을 적용해 특검하자는 건 감 떨어지는 일”이라며 “여당이 특검을 주장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김정숙 여사의 기내식 비용이 많다고 주장하려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기내식 비용을 공개하고 상호 비교하는 게 맞는다”며 “모르긴 몰라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내식 비용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윤 대통령이) 순방지에서 기업 회장들과 가졌다는 술자리 등의 비용”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의 순방 예산은 입법부 입장에서 자료만 준다면 탐나는 조사대상”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UAE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특검 대신, 국민권익위원회나 감사원 등 정부 기관에 김정숙 여사 관련 의혹 조사를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 기관에 맡기는 편이 여당 입장에서 훨씬 안전하고, 역풍 우려도 덜하다는 판단이다. 비대위 소속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수원지검에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관련 의혹 고발이 접수돼있지만, 권익위 조사 착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 조사를 포함해 자료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심새롬·전민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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