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살인 부추긴 이들, 점점 더 위험해지는 이유

김형욱 2024. 6. 3.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안티소셜 네트워크: 밈에서 대혼란으로>

[김형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안티소셜 네트워크> 포스터.
ⓒ 넷플릭스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전 세계 문화 콘텐츠 산업을 잠식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줬다. 이후 2000년대까지 일본은 일종의 '혁신의 장'이었는데 컴퓨터보다 대역폭이 제한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레 이모티콘 사용이 많았고 새로운 소통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2채널'도 그중 하나였다. 익명 게시판이 핵심이었기에 온갖 사람이 모여들어 온갖 것을 양산했다. 이미지 위주라 서양인들에게도 인기였는데, '무트'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있었다. 그는 2채널 소프트웨어 사본을 다운로드하여 '포챈(4채널)'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곳에선 뭐든 할 수 있었고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었다.

포챈은 2003년에 시작되었다. 상스럽고 혐오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철저히 웃고 넘어가자는 테두리 안에 있었다. 외부인은 이해 못할 그들만의 농담. 다만 일종의 경쟁 시스템으로 웃기고 반응이 많은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건 묻힌다. 지금의 소셜 미디어 포맷이 여기서 나왔다. 이게 점점 진화하면서 우리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2000~2010년대 세상을 뒤흔든 '포챈'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안티소셜 네트워크: 밈에서 대혼란으로>는 2채널에서 파생된 포챈이 2000~2010년대 얼마나 세상을 뒤흔들어 놨는지에 관한 짧은 보고서다. 일례로 포챈을 만든 이는 갑부가 되었고 익명의 유명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가 포챈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여성 혐오 사건 '게이머게이트'가 포챈에서 발발했다. 포챈은 분노와 광기의 장이 되어갔던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0년에 일본에서 '네오무기차 사건'이 발생하는데 2채널 이용자들의 부추김에 넘어간 아이가 고속버스를 탈취해 칼로 승객 한 명을 살해했다.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이 서양으로 넘어올 것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서양의 포챈 유저들은 스스로를 두고 '사이버 깡패'라 칭했지만 행위 예술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2005년쯤 '하보 호텔'이라는 게임이 흑인 아바타를 쓰는 이용자들 계정을 삭제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들은 저항의 의미로 흑인 아바타를 단체로 만들어 정상적인 게임을 방해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똑같이 재현해 신문에 나오기까지 한다. 그러자 무트는 바로 규제에 들어간다. 그에 반발한 이들이 똑같은 이름 아래 뭉쳤는데 바로 '어나니머스'다. '익명'이라는 이름의 혼동을 유발하는 유쾌한 익명 패거리라는 정체성.

익명의 유명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의 경우

어나니머스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간다. 신나치주의자 할 터너의 라디오를 지독하게 방해했고 결국 감옥에 보내 버렸다. 어나니머스에 찍히면 대가를 치를 거라는 첫 사례였다. 2008년에는 매우 안 좋은 베일에 싸인 사이언톨로지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인터넷에서 어나니머스가 사이언톨로지를 파괴해 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곧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

전 세계의 사이언톨로지 지부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브이 포 벤데타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사람들이 시위를 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와 탐욕의 종교를 무너뜨리려는 가상 시위가 현실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어나니머스는 선한 영향력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곧 진짜 운동권과 사이버 깡패의 갈래로 나뉜다.

어나니머스는 사이언톨로지 시위 이후 현실 세계로 나간다. 뭐든 새로 만들기 위해 기존의 것을 파괴하기로 한다. 2011년 월스트리트 점거 작전이 좋은 수단 같았다. 처음엔 뉴욕 사람들이 주도했지만 별 반응이 없자 어나니머스가 나선다. 그제야 언론이 반응한다. 일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가장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뿌리를 뽑으려 한 것이다. 결국 어나니머스는 와해되다시피 한다.

인터넷은 계속 세상에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포챈은 극우화되고 있었다. 2014년엔 여성을 향한 무파별적인 폭탄 테러, 강간, 살해 협박이 이어진 '게이머게이트'가 터진다. 무트가 그 주제를 금지시키자 에잇챈이라는 사이트에 게이머게이트 게시판을 만든다. 이후 일명 '뿌리 없는 백인 남성들'을 정치 세력화해 선거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2002년쯤 일본의 '넷 우익'이 연상되는 움직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와 포챈, 에잇챈은 어나니머스의 전략을 가져와 온갖 음모론을 양산시키는 것도 모자라 진실처럼 둔갑시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는 데 성공한다. 그런가 하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자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기까지 했다. 포챈의 '진짜 운동권'들이 벌인 빙퉁그러진 사건이었다.

포챈의 고인물이자 정통 사이버 깡패 중 한 명이 말하길 "행동주의는 이해에서 나와야 해요. 분노나 공포에서 시작되면 안 돼요. '자뻑'은 특히 위험해요"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의 아이러니가 이거죠. 가장 엉뚱한 환상을 이뤄주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 점점 멀어질 뿐이죠. 다 가진 기분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없어요. 다 같이 외로울 뿐이죠"라고 말한다.

2채널에서 포챈으로, 어나니머스로, 현실 세계로, 그리고 대통령을 만들어 내기까지 소셜네트워크는 여러모로 선한 영향력을 끼친 적도 있지만 세상을 뒤흔들 만한 부작용을 내보인 적도 있다. 앞으로도 인터넷은 세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칠 게 분명하기에 적절한 사용법을 반드시 구상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