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140억배럴 석유·가스 기대감…“산업적 성공 여부 지켜봐야”
- 매장 가치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
- 에너지안보 확보 기대감↑…시간·비용 관건
정부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실제 부존량을 확인하는 시추에 돌입해 내년 상반기쯤 1차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에너지안보 확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2월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소 35억배럴~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다는 통보를 받은 뒤 5개월에 걸쳐 해외 전문가, 국내 자문단 등 검증 과정을 거쳐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이러한 매장량은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물리 탐사는 객관적 수준에서 다 진행해 검증까지 받은 상황이고, 실제 탐사 시추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규모로 매장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매장 가치가 현시점 추산되기론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일 기준 약 453조7000억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매장 예상 자원의 비율을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는 최소 3억2000만톤에서 최대 12억9000만톤, 석유는 최소 7억8000만배럴에서 최대 42억2000만배럴이 부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실제 상업 생산까지는 약 7~10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는 올해 말부터 시추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2026년까지 지속해 시추할 계획이 있고 최소 5개 이상은 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어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에 따라 유동성이 있다”면서 “한 광구에서만이 아니라 6-1에서 8광구 사이 여러 잠재력이 있고, 성공률은 5공을 뚫으면 하나 정도 나오는 20%의 확률”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깊이 1km 이상의 심해 가스전으로, 1공을 뚫는 데 약 1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 예상지는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km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걸쳐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모두 한국의 독자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해당해 통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효율적으로 성공을 거둬야 하지만 단번에 성공한다고 말할 수 없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이룬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이며, 목표는 결국 상업적 성공을 이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우 전쟁 등 에너지안보 위기 속 “퀀텀 점프” 기회
정부는 시추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경우 빠르면 2035년 정도엔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약 10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무역 갈등이 장기화됨에 따라 동해 석유·가스전을 통해 에너지안보가 어느 정도 확보될 것이라는 업계 기대가 나온다.
한국의 한 해 석유 수입량이 약 10억배럴인 점을 고려하면 우선적으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전 세계 원유 매장량 약 1조7000억배럴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의 예상 매장량이지만 산유국 지위 확보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원유 처리로는 세계 5위의 석유 강국인데 불행하게도 원유를 전량 외국에 수입을 의존해왔다”면서 “석유·가스전이 개발되면 도입 안정성이 개선돼 원가 절감 등에 도움이 되고, 에너지안보도 확연히 개선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역시 시간과 비용이다.
정부 관계자는 “90년대 후반에 발견됐던 동해 가스전(4500만 배럴 규모)의 경우 대륙붕 얕은 바다에 있어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다면, 심해 가스전은 시추뿐만 아니라 실제 발견돼도 생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면서 “특히 심해 가스유전 개발 경험이 없어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높으면 국내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리스크가 높으면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정유업계가 탐사·시추 중심의 ‘업스트림’이 아닌 정제·유통 등 가공을 하는 ‘다운스트림’에 무게를 두고 있어 시추 등 과정에서 해외 기업의 도움을 받기 위한 비용 추가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단일광구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발견자원량 110억배럴 규모)가 유전 발견 이후 단숨에 석유 부국이 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국부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석유·가스전 개발을 한국이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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