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 “선재 만나 행복… ‘위로 되는 배우’ 되길”
올 상반기 가장 화제성이 높았던 드라마는 단연 ‘선재 업고 튀어’(선업튀)다. 시청률은 5%대였지만 드라마 팝업스토어 오픈런부터 단체 관람 ‘피켓팅’ 소동까지, 전에 없던 팬덤을 만들어냈다.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 ‘최애’ 아티스트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15년 전으로 돌아간 임솔(김혜윤)과 류선재의 쌍방 구원 로맨스였던 ‘선업튀’는 2049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화제의 중심엔 ‘선재앓이’를 탄생시킨 류선재 역의 변우석이 있다.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변우석과 만났다. 파란 우산과 샛노란 장미를 들고 들어오는 변우석은 여전히 류선재 그 자체였다. 인터뷰 내내 선재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며 사람들이 선재라 불러주는 게 “너무 좋다”고 반복해 얘기했다. 류선재라는 제2의 이름을 얻은 기분을 묻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저를 불러주시니 너무 좋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최근 ‘선업튀’ 종영 인터뷰로 만난 이시은 작가는 “변우석씨가 선재 캐릭터를 너무 사랑하더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변우석에게 선재의 어떤 점에 빠지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 작품에 먼저 꽂혔었다. 그리고 읽을수록 선재의 삶이 제게 크게 와 닿더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못하게 됐을 때의 그 감정들이 깊게 다가왔다”고 답했다.
스무살 무렵 모델로 일을 시작한 변우석은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배우 데뷔를 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즐겁고 행복해 시작한 연기였지만, 매일이 즐겁진 않았다. 선재가 그에게 오는 9년여의 세월 동안, 낙담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수많은 날도 있었다. 수없이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카메라 앞에서 빨리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소속사 대표의 말 한마디였다. 일하며 들은 모진 말들에 상처받고 진로를 고민하는 그에게 “네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그게 네 장점이자 큰 힘이 될 거”라며 자신감을 준 게 그를 일으켜줬다고 한다. 변우석은 “그때는 힘드니까 안 좋은 게 크게 느껴져서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미처 못 보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만 잘해도 충분히 잘 살 거라는 생각을 하며 당시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나씩 작은 배역들이 들어오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다시금 연기에서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연기에서 깊은 희열을 처음 느꼈던 순간은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 톱스타 한민규로 출연했을 때였다. 변우석은 “주차장에서 누군가에게 ‘나 되게 힘들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정지현 감독님이 ‘한민규라면 모자를 더 눌러썼을 것 같다’고 디렉팅을 주셨다”며 “그렇게 모자를 눌러쓰고 연기했는데 감정적으로 되게 몰려오더라. 그때 연기가 아닌 진짜 감정이 나오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했고,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배우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순간들이 하나둘 쌓인 덕에 지금의 ‘선재 신드롬’도 존재할 수 있었다. ‘선재앓이’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그의 얼굴이 걸렸고, 아시아 팬미팅 투어까지 예정돼 있다. “정말 대박이지 않냐. (타임스퀘어에) 제가 직접 가서 본 게 아니니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신기하고 어리둥절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선 들뜬 감정이 전해졌다.
그간 경험해본 적 없는 것들을 그에게 보따리로 가져다준 ‘선업튀’가 어떤 의미인지 그에게 물었다. 변우석은 “제가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고, 인생작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작품을 촬영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함을 한 번 더 되짚어보자, 소중하게 생각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행복을 주는 댓글을 정말 많이 봤어요. ‘월요병 치료제’란 말도 좋았는데, 다른 말보다 ‘위로가 된다’는 말이 너무 좋더라고요. ‘위로가 되는 배우’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넘치게 받은 사랑을 또 받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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