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억원대 가짜 석유 제조·판매한 일당 검거…폭력조직원도 가담

신진호 2024. 6. 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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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주유소를 운영하며 직접 제조한 가짜 석유제품을 판매해온 일당이 검거됐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저가의 선박용 경유를 구입한 뒤 정상 경유와 섞어 판매하는 수법으로 200억원대 부당익을 취한 혐의로 38명을 검거했다. 신진호 기자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580억원 상당의 가짜 석유제품을 판매한 혐의(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사업법 위반 등)로 38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전북지역 폭력조직 부두목인 B씨(40대)와 제조 총책 C씨(40대) 등 9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상 최대인 4200만L 판매…200억원 이상 부당이득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서울과 부산·제주 등에서 주유소 25개를 운영하며 해상유와 경유를 혼합해 만든 가짜 석유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판매한 가짜 석유제품은 4200만L로 시가로 580억원에 달한다. 경찰과 한국석유관리원은 이들이 가짜 석유제품을 판매, 200억원 이상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 결과 경찰은 ‘전북 지역 폭력조직 A파 관리대상 부두목이 가짜 경유제품을 제조해 충남의 주유소에 판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해당 주유소에서 석유를 확보, 한국석유관리원에 성분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해당 제품에서는 가짜 성분이 검출됐다. 관련 법(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육상용 경유의 황 함량은 10ppm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판매한 가짜 석유제품에는 황 함량이 기준치의 32배가 넘는 318ppm이 검출됐다.

한국석유관린원 관계자들이 가짜 경유와 정상 경유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은 가짜 경유를 판매한 충남지역 주유소 인근에서 잠복, 해상유를 운송하는 탱크로리와 운전기사를 확인, 자동차 동선과 운전기사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분석했다. 이후 가짜 경유를 판매하는 전국 주유소 25곳을 특정하고 해당 주유소 제품을 성분 검사를 의뢰, 모두 가짜라는 통보를 받았다. 가짜 석유제품을 주유한 차는 결함과 주행 중 대형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특히 황 성분 함량이 높아 대기 오염 주원인이 되고 호흡기 질환 등 인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짜 석유, 엔진결함·주행 중 화재 발생


한국석유관리원 류한영 기획검사팀장은 “선박용 경유에 화학약품을 혼합한 뒤 정상 경유를 섞으면 색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가짜 경유를 사용하면 엔진 계통 부품에 고장이 날 수 있고 연비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선박용 저가 경유를 구매한 뒤 탱크로리에서 정상 경유와 섞는 일당들. [사진 충남경찰청]
제조 총책인 C씨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싼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신종 제조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가짜 석유를 색상으로 구별하기 위해 첨가한 식별제를 여과장치를 통해 제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수법은 C씨가 개발한 것으로 검거된 38명 중 일부만이 제조 방법을 알고 있었다.

경찰은 B씨 등이 석유제품 판매를 위해 만든 L상사 등 10곳을 압수 수색, 조직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80여 대의 장비를 확보했다. 거래 장부와 차량 일지, 25개 주유소의 신용카드 매출 정보 등도 압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조직원의 역할과 통솔 체계, 행동강령, 가짜 석유제품 판매량·보관량, 판매금액 등을 근거로 L상사가 가짜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범죄조직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추가했다.


대형 선박·건설현장에서 석유 빼돌려 혼합


경찰에 따르면 가짜 석유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 해상유는 인천과 여수의 항구에 정박 중인 대형 선박(화물선 등)에서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선박의 선장이 해상유 수거책과 공모, 불법으로 기름을 유출했다고 한다. 수거책은 해양경찰에 구속됐다. 수거책은 대형 건설 현장에서도 기름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경찰청 김상등 형사기동대장이 선박용 저가 경유를 정상 경유와 섞어 판매한 일당을 검거한 수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B씨 등은 경찰에 단속당할 것에 우려, 대신 처벌을 받을 바지사장을 1억원에 고용했다. 도주한 총책은 검거에 대비, 대포폰을 이용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조직원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은신처 역시 비대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통해 차명으로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범죄 수익금 기소 전 몰수한 뒤 환수 조치"


충남경찰청 김상득 형사기동대장은 “조직폭력배의 범죄 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고 범죄 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를 통해 모두 환수 조치할 방침”이라며 “가짜 석유제품을 보면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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