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종부세 개편론' 먼저 꺼내더니…"타이밍 아냐" 한발 물러선 까닭

성지원 2024. 6. 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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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1주택자 종부세 완화를 화두로 던지고 여권이 호응하면서 이슈 주도권을 쥐었지만, 정작 내부 반발이 잇따르자 논의가 중단될 기미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의 우선순위로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종부세 개편은) 지금은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서울 지역에 있는 아파트 부동산 가격이 워낙 오르다 보니 조정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있었다”면서도 “총선 민심에서 드러난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민주당이 가고 있기 때문에 종부세는 추후에 논의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박 수석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한도를 높이는 입법안 발의를 검토했다. 박 수석의 지역구는 서울 '한강벨트'로 꼽히는 중ㆍ성동을로, 최근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 완화 여론이 힘을 받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선 “지금 시점에 이 문제를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앞서 종부세 개편 논의는 민주당이 먼저 시작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의 전향적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를 폐지했으면 좋겠다”(고민정 최고위원) 같은 동조 발언이 나왔다.

그러나 곧장 “종부세 대부분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 내는 그야말로 초부자세금”(진성준 정책위읜장), “폐지에 동의 안 한다”(최민희 의원) 같은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한 이후 민주당 부동산 정책의 상징적인 과세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공개적인 반발이 나오자 관련 논의를 주워 담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종부세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비공식적으로 공유됐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게 당의 전체적 기조”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이 논의에 민주당이 엮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선을 그었다.

2021년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1차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5.12 오종택 기자


지도부가 제동을 건 배경엔 “어떻게든 여당에 우리가 불리한 이슈”(지도부 관계자)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그간 종부세 논쟁은 민주당의 내부 갈등을 야기하는 취약 포인트 중 하나였다. 송영길 대표 체제이던 2021년 5월에는 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을 제안했다가 청와대와 당 강경파의 반발로 좌초됐다.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후보가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종부세 완화법 논의 자체는 “부자 감세”라는 당내 반발로 유야무야됐었다.

지도부에선 “종부세 개편론은 채상병 특검법 등 ‘국정기조 심판’ 전선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것을 다룰 때가 아니다. 총선 민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에서 종부세 개편 요구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가 아파트가 포진한 ‘한강벨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한강벨트 의원들은 종부세를 좀 손질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당연히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7월 내놓을 세제개편안에 종부세 완화 방안을 포함할 가능성을 최근 시사한 가운데, 여당은 “민주당은 자신들이 불붙인 종부세 개편 논의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무책임하게 (종부세 개편론을) 던져놓고 일부 반론이 나오니 나 몰라라 하면서 오히려 여당에 대해 부자 감세를 추진한다고 비판하는 표리부동은 책임 있는 다수당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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