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확대, 통합교육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까?

김국현 2024. 6. 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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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말 잔치에 그쳐선 안 돼... 협력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통합교육이 필요하다

[김국현 기자]

 캐나다 브리티스 컬럼비아주에 있는 학교의 교실, 학생들의 차이를 존중하기 위한 다양한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 김국현
 
교육부는 2027년까지 특수학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애나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확대로 특수교육대상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제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 2023년-2027년). 학부모도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통학 편의와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위해 특수학교(급) 증설을 주장하고 있다.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실시하기 위하여 일반학교에 설치된 학급이다.

하지만 현재,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통합학급-특수교육대상자와 또래 일반학생이 함께 편성된 학급-에서 학습의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대부분 특수학급으로 등 떠밀려 분리교육을 받는다. 특수학급이 통합교육이 아니라 분리교육의 빌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를 겪는 학생을 병리적인 존재로 보고, 일반 학교에 일방적으로 통합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시각은 다수의 학습권이 소수의 학습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논리에 힘을 보탠다. 해서,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수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수업 내용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또래들이 함께 배우는 학습의 장에서 특수학급으로 밀려난다.

윤석열 정부의 제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을 살펴보면, 통합교육 환경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특수교육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환경 조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반학교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학습 및 심리·정서적 지원, 교사의 통합교육 역량 강화, 특수학급(교)을 확대하는 것이 추진 전략이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부모가 특수학급(교) 신설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나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확대도 그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통합학급에서 장애를 겪는 학생들이 학습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여 학습의 과정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장애를 겪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특수학급(교)을 선택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억압된 선택이다.

특수교육대상자가 증가하니 특수학급(교)을 확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통합교육의 관점에서 특수학급 확대는 특수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방패 삼아 자행하는 분리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통합교육에 대한 흔들림 없는 철학과 실천력이 아쉽다.

필자는 2019년에 캐나다 주(Province of British Columbia)에 특수교육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는 공립특수학교가 없다. 그 이유는 공교육으로서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철학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립특수학교는 15개 정도 있다. 대신에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기관이 설립되어 학생들을 촘촘하게 지원하고 있었고 특수교육 관련 전문가가 학생들과 교사들을 전문적으로 돕고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통합교육과 특수교육대상자라는 단어도 그곳에서는 낯설게 느껴졌다.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 평등한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건 그곳에서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으로 명명되었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체험에서 나온 협력과 연대의 가치가 공유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통합교육은 비장애 학생과 장애를 겪는 학생 모두를 학습 행위 주체로 인정하고, 배움터에서 장애를 겪는 학생이 무시와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학습 참여를 통한 교육의 보장을 의미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기꺼이 도덕적 무게를 참고 견디는 인내의 시간이 체득될 때, 협력과 연대에 뿌리박은 통합교육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의 내신등급과 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경쟁하고, 서열화하는 우리 교육 현장에는 기꺼이 도덕적 무게를 견디는 인내의 시간이 자리 잡을 공간이 없다. 그렇기에 현재 통합교육이 말 잔치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진정으로 통합교육의 가치를 믿고 이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체험으로 획득한 통합교육에 대한 철학과 대학입시 제도 개혁을 포함하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 전략에는 특수학급(교) 운영을 완전히 폐지하거나 최소화하는 계획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부에는 이러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특수학급(교) 확대가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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