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집값 불붙었다…"호가 4.5억 뛰어"
정부가 추진하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정비사업이 선도지구 지정 계획, 추진 일정 등의 확정으로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분당, 일산 등에서 선도지구 신청에 나선 일부 단지의 경우 집주인들이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도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분당 정자역 근처 정자일로 아파트 단지 5곳(임광보성·화인유천·계룡·한라·서광영남)의 아파트 매물은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기준을 발표한 지난달 22일 93건에서 3일 44건으로 52.7% 줄었다. 이곳은 사전 동의율이 85%를 넘을 정도로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크다.
매도 호가도 껑충 뛰었다. 성남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2419가구)은 지난 27일 전용면적 134㎡ 매물이 19억5000만원(11층)에 등장했다. 이는 지난달 8일 실거래가(15억원·7층)보다 4억5000만원이 뛴 것이다. 이 단지 역시 시범삼성·한신(1781가구)과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수내동 양지마을(4892가구 규모)에 포함된 한양5단지 전용 164㎡ 역시 최고 매도 호가는 24억원(17층)으로, 직전 실거래가(2023년 3월·12층)인 19억 5000만원보다 4억5000만원이 높다.
서현동 시범단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모 대표는 “선도지구 선정이 유력해 보이는 단지들의 경우 저층이거나 전세를 낀 매물도 최근 실거래가격보다 높은 호가가 형성돼 있다”며 “정부 발표 이후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11월께 1기 신도시 5곳의 선도지구(최대 3만9000가구 규모)를 선정할 방침이지만, 일부 단지가 벌써 들썩이는 건 선도지구 지정 기준이 예측할 수 있게 짜여 있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높은 배점을 부여한 주민동의율(60점)과 통합단지 규모(20점) 등으로 추정해보면 선정 유력 단지의 윤곽이 드러난다”며 “이들 단지를 선점하려는 발 빠른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자가 체점표까지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과 전셋값 상승 등으로 집값이 상승 전환한 상황에서 재건축 기대감이 과도하게 나타날 경우 ‘집값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 수요 유입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할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수 문의가 늘고, 매도 호가가 오르고 있지만 아직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선도지구 선정 물량이 많은 분당(최대 1만2000가구), 일산(최대 9000가구) 등의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기대감이 덜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대감에만 의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직 재건축 기본계획이 나오지 않은 데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 통합 재건축으로 인한 주민 갈등 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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