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석유, 50년 전에도 세상 뒤집었는데… 이번엔 다를까

김진욱 2024. 6.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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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 상당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됐지만 동해에 유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심해 평가 경험이 풍부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사가 '동해에 석유와 가스가 최소 35억,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탐사 결과를 최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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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지하 1500m 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질이 매우 좋다. 양은 드럼통 1개 분량의 소량이었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1976년 1월 15일 박정희 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내용 중 일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 상당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됐지만 동해에 유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6년 박 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서도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요 조간신문 1면을 장식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지만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은 그때와 어떻게 다른지 정부 당국자와 질의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짚어봤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동해 석유·가스 매장량 확인과 시추의 핵심은 탐사 기술 확보다. 1970년대와 달리 현재는 탐사 기술이 상당 부분 발전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제8광구와 제6-1광구 주변에 화석 연료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오랜 기간 자료를 모아왔지만 재작년이 돼서야 분석에 필요한 만큼이 확보됐다.

이를 바탕으로 심해 평가 경험이 풍부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사가 ‘동해에 석유와 가스가 최소 35억,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탐사 결과를 최근 내놨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보다 분석 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 축적된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매장량이 14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라고 말했다.

달리 말해 이번 발견은 내용상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대신 탐사 기술 개발이 진전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최소한 5개 공구를 2026년까지 시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1개 공구를 뚫는 데 1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되지만 비용 대비 경제성을 따지기는 아직 이르다. 올해 탐사 시추를 시작해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가스의 매장량 시가가) 1조4000억 달러(약 1928조5000억원)라고는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생산국은 판매가를 따지므로 수익성은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970년대에는 정부가 영일만 일대에서 11개의 공구를 뚫어 지하 3000m 부근까지 시추를 진행했지만 석유 퇴적층이 아닌 화강암층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됐던 석유도 부가 가치가 큰 원유가 아닌 경유 함유량이 많았다. 정부는 ‘비용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고 석유 시추를 중단했다.

이후 한국석유공사가 1998년 포항과 그리 멀지 않은 울산 앞바다에서 500만 t 규모의 가스전을 발견,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천연가스와 초경질유를 생산해 2조7000억원어치의 자원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를 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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