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0만원에 1승, 일본인 투수가 한국 야구에 던진 화두

이준목 2024. 6. 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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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대체외국인 선수 1호' SSG 시라카와 케이쇼, 5이닝 무실점 호투

[이준목 기자]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시라카와 케이쇼
ⓒ SSG 랜더스 제공
 
KBO리그 '대체외국인 선수' 1호인 SSG의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의 등장은 야구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SSG는 외국인 투수 외인 에이스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부상을 당해 당분간 출장이 어려워지자 시라카와를 총액 180만 엔(약 1570만 원)의 조건으로 오는 7월까지 6주간 일시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올해 KBO리그는 기존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다칠 경우, 해당 선수를 재활 선수 명단에 등재하고 그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출장할 수 있게 하는 새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시라카와는 등장 자체만으로도 KBO리그에 여러 가지 기록을 세우게 됐다. 2024 시즌부터 시행된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의 첫번째 영입 사례라는 점, 국내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일본인 투수라는 희소성 때문이다. SSG로서는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이던 카도쿠라 켄(2009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일본인 투수를 영입했다. 또한 2001년생인 시라카와는 KBO리그 역사에서 최초로 21세기에 출생한 막내 외국인 선수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시라카와가 프로 출신이 아닌 '일본 독립리그' 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시라카와는 2019년 일본 프로리그(NPB)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지원했으나 낙방했고, 이후 독립리그인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플러스 소속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입단하여 최근까지 활동해왔다.

물론 일본 독립리그의 수준이 한국보다 훨씬 높고 프로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국내 최상위리그인 KBO 구단에서 프로 경험이 아예 전무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라카와에게도 SSG가 자신의 첫 프로팀 경력이 됐으며, 심지어 이전까지는 해외에 나가본 경험도 아예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일시대체선수라고 해도 SSG의 파격적인 결정에 야구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라카와는 지난 1일 고척에서 키움 히어로즈전에 전격 선발 등판하며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놀랍게도 시라카와는 5이닝 동안 총 92구를 던져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경기부터 빛나는 호투를 선보였다. 마침 SSG 타선도 폭발하여 9-0 대승을 거두면서 시라카와는 KBO리그 데뷔전부터 승리투수가 되는 동화같은 스토리를 완성했다.

물론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시라카와의 깜짝 등장과 활약은 벌써부터 KBO리그에 새로운 논쟁적 화두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 후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시라카와의 일천한 경력과 낮은 몸값이 화제가 되며, 농반진반으로 "SSG가 겨우 한 경기 만으로도 벌써 본전을 뽑았다"는 평가가 쏟아지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국에서는 프로 지명도 받지 못한 독립리그 무명 투수에게 한국 프로팀이 철저히 틀어막힌 사실을 두고, 또다시 '한일야구의 수준차이'를 확인했다는 씁쓸한 반응도 나온다. 시라카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몸값을 받고 있는 국내 선수들과의 비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또다른 시각에서 보면, 시라카와의 활약은 한국야구에 '가성비'와 새로운 '선수공급 시장'이라는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이는 장기적으로 야구에도 축구나 농구처럼 '아시아쿼터' 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야구역사가 한국보다 훨씬 오래된 일본은 독립리그나 사회인 야구의 수준도 매우 높다. 일본이 1군 선수들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사회인야구 출신의 일본 대표팀이 한국 야구 대표팀을 종종 괴롭히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대체외국인 선수제도나 아시아쿼터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한국보다 선수층이 두터운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통하여 독립리그-사회인 야구출신의 '저평가 우량주'들을 영입해올 수 있다.

얇은 선수층에 비하여 1년에 144경기라는 과도한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한국야구에서 기존의 국내 선수 드래프트-외국인 선수제도만으로 필요한 자원들을 충당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도 재능있는 많은 선수들이 한국행을 좋은 대안으로 여기게 될수 있다. 아시아리그와의 활발한 선수교류는, 한국야구의 다양성이나 국내 선수들의 해외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내 선수들의 입지를 위협한다'는 반대 여론도 나올 수 있다. 당장 외국인 선수 엔트리 확대마저도 강하게 반대하는 국내 야구인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어차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외국인 선수나 아시아쿼터 제도가 없다고 해서 기량이 미달되는 선수들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한정된 선수층 안에서 일부 주전들의 혹사나 스타플레이어들의 '몸값 거품'만 더 부채질할 뿐이다.

앞으로 시라카와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일본 독립리그 출신들을 보는 국내 야구의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이는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내세워 질투나 견제를 해야할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서 높은 몸값과 인기에 안주하는 스타 선수들, 선수 육성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프로구단들에게도 '건강한 경쟁과 자극'의 기회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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