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정신질환 의심 제대 병사 5000여명, 손 놓은 국방부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정신질환 사유로 조기 전역한 병사 중 약 5000여명이 병역 의무를 감면받으려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사 결과가 3일 공개됐다. 현행법상 법적 조항이 없어 이들에 대한 사후 조사가 불가능한 제도적 허점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병무청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국방부와 병무청에 신속한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현역 병사는 병역법상 제65조 1항과 및 제65조 11항에 따라 조기 제대할 수 있다. 제65조 1항은 군 병원에서 6개월간 의학적 관찰을 거쳐 신체 등급 검사를 받는 등 제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제65조 11항은 신체등급 검사 없이 각 군에서 열리는 병역처분변경심사위원회에 군의관의 진료기록과 민간병원의 진단서 등을 제출해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조기 제대할 수 있다.
부대를 관리해야 하는 군 입장에선 후자가 훨씬 더 간편한 절차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65조 1항에 근거해 조기 제대한 군인은 151명으로 많지 않았지만, 신체 등급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65조 11항에 근거해 정신 질환 사유로 조기 제대한 군인은 1만 2777명에 달했다.
제대 절차는 신속했지만, 사후 관리는 엉망이었다. 감사원은 제65조 11항에 근거해 조기 제대한 1만 2777명 중 보충역 편입(신체등급 4급)을 제외한 전시근로역(병역 면제)에 편입된 6924명에 대해 필수 정신질환 치료 중단 여부 등 병역면탈 가능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정신치료 내용(2019년~2023년 사이) 자체가 없는 이들 1656명을 포함해 병역 면탈 의심 대상자(운전면허 및 법령상 취득할 수 없는 자격·면허 보유자 등)가 총 5089명에 달했다. 전체 전시근로역 편입자 6924명 대비 73%가 병역 면탈 의심 조사 대상자이었던 셈이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 “병역 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인정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적시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후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제65조 11항에 따라 조기 제대한 이들을 병무청이나 국방부가 추적 조사할 법적 권한이 현행법상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제65조 11항은 2016년 5월 만들어졌으니 8년째 법적 공백이 방치됐던 셈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조사를 하고 싶어도 관련 근거가 없어 국방부와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한 제65조 1항으로 조기 제대한 군인의 경우 제65조 11항과 달리 병무청이 사후 추적 조사를 할 권한이 있음에도 지난 12년(2011년~2023년) 동안 한 차례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65조 1항에 따라 최근 3년간 제대한 151명 중 병역 면탈 의심 사유에 해당하는 이들도 101명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병무청과 협의하여 병역면탈 의심자에 대한 확인 신체검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선 병역 의무자 여비와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관사 임차 보증금을 횡령한 병무청 직원들도 적발됐다. 경남지방병무청 직원 A씨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병역 의무자에게 지급하는 교통비와 식비 1780만원을 본인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부산·울산지방병무청 직원 B씨는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관사 보증금 2260만원을 본인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다. 감사원은 병무청에 A와 B씨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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