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감독의 장기 십분 발휘, '원더랜드'가 택한 전략

이선필 2024. 6. 3. 15: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떨 것인가.

오래전 작고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재현해 내 현재 대중 앞에 선보이는 예능 프로를 비롯, 딸을 그리워 한 엄마를 위해 아이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채 소통을 시도한 다큐멘터리까지 등장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영화 <원더랜드> 는 아주 획기적인 SF 장르물이라기 보단 어느 정도 상상가능한 영역에 극적 사연을 가미한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리보는 영화] <원더랜드>

[이선필 기자]

 
 영화 <원더랜드>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떨 것인가. 사실 인공지능을 위시한 AI 등의 기술 발전으로 어느 정도 그 체험이 가능한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오래전 작고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재현해 내 현재 대중 앞에 선보이는 예능 프로를 비롯, 딸을 그리워 한 엄마를 위해 아이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채 소통을 시도한 다큐멘터리까지 등장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영화 <원더랜드>는 아주 획기적인 SF 장르물이라기 보단 어느 정도 상상가능한 영역에 극적 사연을 가미한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의뢰자의 기억에 의존해 죽은 사람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상품을 지칭하는 'WONDERLAND' 서비스는 곧 사람이 살면서 느껴야 할 희로애락을 보다 면멸하게 들여다보는 매개체로 활용되는 셈이다.

영화 속 이야기는 크게 세 갈래로 뻗어 있다. 해당 서비스 수석 엔지니어인 해리(정유미)와 신입 직원 현수(최우식)은 의뢰자들의 사연을 관통하는 일종의 관찰자이자 설계자다. 이들은 의뢰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변수에 대응하는 식으로 본인들의 업무를 이어간다.

영화 '원더랜드'의 핵심을 결국 인간
  
 영화 <원더랜드>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원더랜드>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다양한 사례가 있을 법한데 영화에선 크게 딸과 홀어머니를 위해 서비스를 신청해 놓은 바이리(탕웨이)와 식물인간이 된 연인을 그리워하며 서비스를 이용 중인 정인(수지)이 전면에 배치돼있다. 고고학자로 명망을 쌓다가 유명을 달리한 바이리는 서비스 내에서 끊임없이 딸과 엄마에게 소통하다가 자신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마저 외면한 채 가족을 지키려 한다.

이에 비해 식물인간이 된 연인 태주(박보검)를 그리워하는 정인은 예전의 다정하고 세심한 연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기적적으로 태주의 의식이 돌아왔지만, 뇌 손상으로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혼란스러워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사랑 앞에 고뇌하는 뭇 청춘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원더랜드>의 핵심은 인간이 마땅히 행복을 느끼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존재와 덕목의 재발견이다. 가족에 대한 것이든 연인에 대한 것이든 그것을 사랑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인데, SF라는 장르의 무게감을 제법 영화적으로 이겨내려고 한 감독의 의지가 돋보인다. 과학기술, 공상의 영역에 갇힌 나머지 여러 화려한 기술의 재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서사를 품고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일 것이다.
  
 영화 <원더랜드>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스템에 저항하면서까지 가족 곁으로 가려한 바이리나 연인에 대해 본인이 품고 있는 마음의 정체를 곱씹고 깨닫게 되는 정인의 선택 자체는 꽤 묵직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다만 이미 여러 대중영화에서 다루고 재생한 한 갈등의 구조의 차용 그 이상은 아니기에 관객 입장에서 어떤 새로운 감흥이나 감정적 승화를 느끼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안전한 이야기 구조 안에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수행해 낸 캐릭터들의 집합인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촬영 종료 후 약 4년간 개봉을 미뤄왔던 여파일까. 그 시간에 딥러닝과 AI 등 관련 기술을 빠르게 진일보했다. 영상 통화를 하다가 상대방의 실존성을 고민하게 됐다던 김태용 감독이 십분 장기를 발휘해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을 선보였는데, 공개 시기가 아쉽다. 그럼에도 영화 자체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와 소재의 보편성은 충분하다. 관객의 개인적 경험이나 상황에 따라 영화를 평가하는 편차가 꽤 클 것으로 보인다.

한줄평 : 참신함 보단 보편성을 강조한 장르물
평점 : ★★★☆(3.5/5)

 
영화 <원더랜드> 관련 정보

영제 : WONDERLAND
감독 : 김태용
각본 : 김태용, 민예지
출연 :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특별출연 : 공유
제공 및 배급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 영화사 봄, 기린제작사
러닝타임 : 113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24년 6월 5일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