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까지 악취 펄 치웠는데... 파렴치한 공직자 3인"
[김병기 기자]
▲ 공주보 수문 담수 11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고마나루 모래톱이 펄로 뒤덮였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환경부 장관은 당장 고마나루의 펄 제거 작업부터 하십시오!"
최재형 변호사(법무법인 자연)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10여 명의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바지를 걷고 금강변 물속에 들어가서 마이크를 잡은 그의 손에는 환경부 장관과 공주시장, 국가문화유산청장에 대한 고발장이 들려있었다. 최 변호사는 활동가들과 함께 "기준 없는 공주보 담수로 불법을 자행하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당장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 보철거시민행동이 3일 환경부장관·공주시장·국가문화유산청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
ⓒ 박은영 |
보철거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은 3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장관, 공주시장, 국가문화유산청장 등 3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보철거시민행동과 전남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정의당 대전시당 당직자 등이 참석했다.
우선 이들이 3명의 공직자에 의해 불법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공주 고마나루는 국가 명승지이다. 국가문화유산청(국가유산청)은 누리집에서 국가 명승 고마나루를 "백제 역사의 중심에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450여주의 솔밭이 금강과 연미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역사 문화적·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경승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유산의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 및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유산청에 현상 변경을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2024년 6월, 국가 명승 고마나루의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은, 공주보 수문 운용으로 인해 모두 수몰됐고,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3명의 공직자가 문화재의 현상 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공주보의 수문을 운용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날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는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였다. 문 대표는 그동안의 경과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고사리손으로 악취 펄 걷어냈는데...파렴치한 공직자"
▲ 공주보 담수로 생긴 뻘을 걷는 시민들 백제문화제 유등을 띄우겠다며 공주보를 담수해 고마나루가 뻘로 뒤덮였다. |
ⓒ 박은영 |
문 대표는 이어 "악취가 풍기는 펄이라도 국가문화재라면 함부로 현상 변경을 해선 안 된다는 국가유산청은 그동안 백제문화제 때마다 공주시와 환경부와 함께 현상 변경신청과 허가 없이 고마나루를 수몰시켜 불법적으로 현상 변경하는 것에 눈감았다"면서 "또 생물다양성 보전을 말하는 환경부 장관은 물떼새를 비롯해 수많은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생태 학살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공주시와 환경부, 국가유산청은 자기들 멋대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면서 국가명승지를 훼손해 펄밭으로 변한 진흙을 걷어내서 물떼새들에게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하려는 어린이와 시민들을 상대로 현상 변경 운운하면서 공복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파렴치한 행위를 해왔다"고 성토했다.
▲ 보철거시민행동이 3일 환경부장관·공주시장·국가문화유산청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왼쪽 최재형 변호사, 가운데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오른쪽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 김병기 |
소송 법률대리인인 최재형 변호사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발언이 이어졌고 박은영 보철거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대독했다. 이들은 그간의 경과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전국토지방관리청은 금강 살리기 사업 추진으로 인한 고마나루 수위 상승에 대해 현상 변경을 신청했다. 그리고 그 기한은 2011년 11월 종료됐다. 이후 4대강 재자연화 정책으로 2017년부터 공주보 수문을 개방하면서 고마나루 백사장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녹조, 악취로 진동하던 금강에 발길을 돌렸던 시민들은 물론, 금강을 떠났던 야생동물들이 속속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문화제 등을 핑계로 공주보 수문은 기준없이 여닫기를 반복했고, 2024년 6월 현재 고마나루 백사장은 수몰되어 있다."
이들은 또 "환경부는 물관리 중앙 정부 부처로서 공주보 수문 운용의 주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022년과 2023년 백제문화제와 2022년 6월 가뭄 담수 그리고 2024년 4월부터 지금까지의 공주보 수문 운용에 있어 문화재의 현상 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공주보 수문을 운용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주시장에 대해서는 "국가 하천 금강과 국가 명승 유지 관리의 주체로, 공주보 담수에 따른 고마나루 훼손 여부를 알고 있는데도 공주보 담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했다"면서 국가유산청장도 "공주보 담수가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 대상인데도 공주시와 환경부의 담수 진행에 대해 중지나 원상회복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보철거시민행동이 3일 환경부장관·공주시장·국가문화유산청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고발 취지를 설명하는 최재형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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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최재형 변호사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09년 당시 수위 상승을 우려해 고마나루 지역에 문화재 현상 변경을 신청했는데 2011년 11월 28일까지가 허가 기간이었다"면서 "그 이후로 현상 변경을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이어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수량을 변화시키는 행위는 문화재 현상 변경 신청의 대상인데 허가가 종료된 상황에서 수량을 증가시켰던 백제문화제를 위한 수문 폐쇄, 최근 소수력 발전을 위한 수문 폐쇄 등은 명백하게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득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지금 벌어지는 공주보의 수문 폐쇄는 명백히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또 "문화재의 가치는 기능적 가치와 심미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로 나눠볼 수 있다"라면서 고마나루 모래톱 훼손 행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래톱은 물떼새와 다양한 수생생물들의 서식 공간이다. 이게 기능적 가치이다. 그런데 이곳이 펄로 뒤덮여 심각하게 훼손됐다.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심미적 가치는 아름다운 경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펄 때문에 악취가 풍기는 진흙 바닥으로 만들어 버렸다."
최 변호사는 "그간 공주보 수문을 자의적으로 개폐한 환경부 장관은 고마나루에 와서 펄 제거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철거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세종 남부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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