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졸업해도 5년간 세금혜택…피터팬증후군 덜어준다
어린이로 남고 싶은 피터 팬처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성장하는 걸 꺼리는 현상을 ‘피터 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중소기업일 때 받는 각종 감세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만 늘어나는 점이 부담스러워서다.
기획재정부가 3일 발표한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에 담은 주요 대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각종 세액공제와 재정 지원을 일정 수준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가는 길목을 제대로 작동시켜 경제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취지에서다. 올해 1월 취임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내건 ‘역동 경제’ 로드맵 중 하나다.
대책에는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소기업 기준(3년 평균 매출액 업종별 400억~1500억원 이하이면서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을 넘겨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2년 늘린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중소기업은 추가 유예기간(2년)을 둬 총 7년 동안 혜택을 받는다.
유예기간을 지나 중견기업에 진입하더라도 최초 3년간은 높은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현재 중소기업은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율이 30%다.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면 공제율이 20%로 줄어든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견기업으로 진입한 초기 3년은 공제율 25%, 이후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으로 하반기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 수를 기존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정부 목표다.
또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3년간 지원하는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가칭)’을 신설한다. 전직 기업인과 민간 투자기관 등으로 ‘민간 전문가 네트워크 풀’을 구성하고 전담 인력을 매칭해 맞춤형 성장 전략을 만들도록 돕는다. 선정된 기업에는 다양한 성장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고 수출, R&D 등 기존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우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신시장·신사업 진출 지원도 강화한다. 정책금융을 이용하던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전용 저리 대출(산업은행+시중은행 6조원), 전용 펀드(시중은행+민간 5조원)로 연계 지원한다. 투자 등 증가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소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중소기업이 여러 해 진행하는 사업을 수행할 경우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사업 잔여기간에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도 마련한다. 또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중소기업기술보호법상 기술보호 지원 특례, 상생협력법상 기술유용 금지 등 중소기업 혜택을 일부 유지하는 방향으로 특례도 확대한다. 최상목 부총리는 “기업이 성장사다리를 통해 도약하고 국가 R&D가 선도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책에 대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중소기업의 성장 부담 완화에 집중해 중견기업을 포함한 기업 전반의 혁신과 도전을 촉진할 로드맵으로서는 다소 아쉽다”며 “어제의 중소기업이자 내일의 대기업인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직접 강화하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환·이수정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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