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6% "의사 돌아와야"…의료계 "정부 여론조사는 사기극"

남수현, 황수빈 2024. 6. 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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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8명이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반면 의료계는 “국민 10명 중 7명이 2000명 증원이 아닌, 점진적 증원에 찬성한다”며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여론조사 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국민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5.6%가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및 배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지난달 16일 서울고등법원이 각하·기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70.4%가 “잘한 결정”이란 응답을 택했다.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은 18.1%였다.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사단체들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반대(“정부 계획대로 의대 증원을 추진해야 한다”)한다는 입장이 65.3%였다. 찬성(“의사단체 주장대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응답(29.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외래진료실 앞에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비상 진료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력 공백이 생긴 수련병원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82.2%(반대 12.7%)로 높았다.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같은 공공병원들의 기능 회복과 정상 운영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도 85.9%로 반대(11.6%)를 압도했다.

노조는 조사 결과에 대해 “의대 증원 확정을 ‘한국의료 사망선고’라고 규정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장과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라며 “의사단체들은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환자 곁으로 북귀해 진료 정상화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의대증원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을 외면하는 의사단체들에게 극도의 저항감과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며 “무엇이 국민 뜻인지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 단체는 응답자 63.9%가 ‘점진적 증원’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국민 10명 중 7명이 2000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정부 여론조사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점진적인 증원과 한번에 일괄 증원하는 방안 중 어느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응답자 63.9%는 ‘점진적인 증원’을 택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72.4%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필요성을 묻는 문항에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정부 조사를 두고 “질문을 ‘2000명 증원이 필요한가’라고 설정해 점진적 증원을 찬성하는 국민들도 ‘필요하다’고 답하게 했다”며 “의료계의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로, 압도적 여론이 점진적 증원을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전의교협 여론조사 결과를 대법원에 재항고이유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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