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좀비의 러브 스토리, 대박난 진짜 이유
[양형석 기자]
세계적으로 6억5900만 시간의 누적시청시간을 기록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오징어게임>(23억 시간)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6억6200만 시간)에 이어 한국드라마 시청시간 3위에 올라있다(넷플릭스 톱 10 집계 기준). 드라마에서는 감염자에게 물리거나 감염자의 혈액이 피해자의 상처에 닿은 사람은 코피를 흘리고 관절이 이리저리 꺾이다가 끝내는 인간의 피를 갈구하는 '좀비'로 변한다.
하지만 <지우학>에서는 좀비에게 물려도 좀비로 변하지 않고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무증상 감염자도 있다. 양대수(임재혁 분)는 이런 무증상 감염자를 '절비(절반만 좀비)'라고 불렀다. 극 중에서는 최남라(조이현 분)와 윤귀남(유인수 분), 민은지(오혜수 분)가 무증상 감염자로 나오는데 절비가 된 후에도 여전한 흡혈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던 귀남, 은지와 달리 '선역'인 남라는 자신의 팔뚝을 깨물며 흡혈욕구를 참아냈다.
▲ <원 바디스>는 국내에서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
ⓒ CJ ENM |
아역배우에서 청춘스타로
1989년 영국 버크셔주에서 2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난 니콜라스 홀트는 만5세였던 1995년 아역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홀트는 당시만 해도 아역배우 활동을 '흥미로운 경험'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 평생을 이어갈 직업으로 여기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홀트는 만11세에 촬영해 만12세가 되던 2002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를 통해 전업배우가 되기로 진로를 결정했다. 바로 휴 그랜트와 연기호흡을 맞췄던 영화 <어바웃 어 보이>였다.
홀트는 <어바웃 어 보이>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왕따소년' 마커스 역을 맡아 휴 그랜트가 연기한 철없는 백수 윌의 친구가 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어바웃 어 보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후보에 올랐고 1억3000만 달러의 성적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어바웃 어 보이> 이후 전업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홀트는 고교 진학 후 영국드라마 <스킨스>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발돋움했다.
<스킨스>에서 잘 생기고 공부 잘하는 바람둥이를 연기하며 하이틴스타로 이름을 날린 홀트는 2010년 영화 <타이탄>과 <싱글 맨>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2011년에는 <엑스맨> 비기닝 시리즈의 1편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에서 '비스트' 행크 맥코이 역을 맡으며 <엑스맨> 유니버스에 합류했다. 드라마 <스킨스>를 보지 못한 관객들은 <엑스맨>의 행크가 <어바웃 어 보이>의 마커스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홀트는 2013년 두 편의 영화를 선보였지만 희비가 엇갈렸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하고 1억9500만 달러의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세계적으로 1억9700만 달러 밖에 벌지 못했다. 하지만 35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든 좀비의 러브스토리 <웜 바디스>는 제작비의 3배가 넘는 1억1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꽃미남 배우로 자란 홀트의 흥행파워를 증명했다.
2015년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서 눅스 역을 맡아 연기변신을 시도한 홀트는 대작영화와 독립영화를 넘나들면서 탄탄한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훌루에서 제작한 역사코미디 드라마 <더 그레이트>에서 엘 패닝과 연기호흡을 맞췄고 2021년에 방영된 시즌2까지 출연했다. 홀트는 내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제임스 건 감독이 연출하는 <슈퍼맨>에서 슈퍼맨의 영원한 숙적 렉스 루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 <어바웃 어 보이>의 시크한 꼬마 마커스는 11년 후 푸른 눈의 꽃미남 좀비로 성장했다. |
ⓒ CJ ENM |
대부분 좀비영화에서 좀비들은 무서워서 피해야 할 공포의 대상이거나 백신으로 치료해야 할 환자, 또는 인간의 평화를 방해하고 물리쳐야 하는 적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웜 바디스>는 인간이 아닌 좀비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진정한 의미의 '좀비영화'다.
<웜 바디스>에서는 좀비 세계에서도 아예 인격이 없이 흡혈본능만 남은 좀비들이 있는 반면에 주인공 R(니콜라스 홀트 분)처럼 자유로운 생각이 가능하고 어눌하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간형 좀비'들도 존재한다. 심지어 <웜 바디스>에서는 좀비가 인간의 뇌를 먹으면 생명을 연장하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설정도 나온다(반대로 좀비에게 뇌를 먹힌 인간은 좀비로 부활하지 못한다).
폐허가 된 공항에서 다른 좀비들과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R은 우연히 공항을 수색하러 온 소녀 줄리(테레사 팔머 분)를 만난다. 줄리를 만난 R은 차갑게 식었던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줄리 역시 R과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특히 영화 중반 공항 활주로에서 줄리가 R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장면은 여느 연인들의 데이트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줄리를 만나 변하기 시작한 R을 본 다른 좀비들 역시 조금씩 인간성을 되찾는다.
<웜 바디스>는 전반적인 스토리와 캐릭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고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고전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특히 줄리가 떠난 후 그녀를 그리워하던 R이 줄리의 집 앞으로 찾아가는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장면을 그대로 패러디했다. 하지만 줄리엣 일가에게 들키기 전에 돌아가는 영화 속 로미오와 달리 R은 줄리의 집에 들어가 줄리와 그녀의 친구 노라(아널리 팁튼 분)에게 분장을 받는다.
지난 2006년 엠버 허드 주연의 공포영화 <모든 소년들은 맨디 레인을 사랑해>를 만들며 데뷔한 조나단 레빈 감독은 2011년 조셉 고든 레빗과 세스 로건 주연의 저예산영화 < 50/50 >을 연출하며 주목 받았다. 2013년 연출과 각본을 모두 담당한 <웜 바디스>를 통해 데뷔 첫 세계흥행 1억 달러를 넘겼던 레빈 감독은 <더 나이트 비포>,<스내치드>,<롱 샷> 등을 연출했지만 <웜 바디스>를 뛰어넘는 흥행작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 테레사 팔머는 <웜 바디스>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줄리를 연기했다. |
ⓒ CJ ENM |
<웜 바디스>에서는 홀트 외에도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배우가 제법 많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호주 출신 배우 테레사 팔머다. 2005년 배우로 데뷔해 <마법사의 제자>, <아이 엠 넘버 포> 등에 출연하며 주목 받은 팔머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그웬 스테이시와 <캡틴 아메리카>의 샤론 카터 같은 히어로 영화 캐릭터의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팔머는 2013년 결혼 후 할리우드보다 고국인 호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8월에 배우 겸 감독 마크 웨버와 약혼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팔머에게 <웜 바디스>는 미혼 시절에 출연한 마지막 영화가 됐다. <웜 바디스>에서 팔머가 연기한 줄리는 좀비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가 R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줄리는 여느 인간들처럼 좀비들을 상당히 무서워하지만 R의 지시에 따라 비틀거리면서 좀비 사이를 걸어가는 과감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의 피가 주식인 좀비 R과 사랑에 빠진다.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개성파 배우 존 말코비치는 <웜 바디스>에서 줄리의 아버지이자 생존자 도시의 리더인 그리지오 장군 역을 맡았다. 줄리는 아버지를 꽉 막힌 사람이라고 답답해 하지만 그리지오 장군은 줄리가 실종됐을 때 부대원 반을 투입해 수색을 할 정도로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다. R이 총에 맞아 피를 흘렸을 때도 그리지오 장군은 총을 거두며 부대원들에게 R에 대한 사격 중지를 지시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