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1113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박봉민 2024. 6. 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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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액 690조, 절반 넘어... '성실 상환자 대상 채무재조정' 등 필요성 제기

[박봉민 기자]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자금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0일 이상 연체된 연체대출금액 비율이 최근 1년 사이 1% 가량 증가해 대출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신용평가기관 NICE(나이스) 평가정보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금융기관 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는 335만9590명, 총 대출금액은 1112조7396억5800여 만 원에 달했다. 이 중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빌린 다중채무금액이 69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체차주가 보유한 대출금액의 비율은 2.8%, 금액으로는 31조2998억2200여 만 원에 달했으며, 그중 다중채무자 중 연체차주의 보유금액이 24조7534억1500여 만 원으로 전체 다중채무금액의 3.6%에 달했다. 이는 대출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말 보다 올 1분기 전체 연체금액 비율은 물론 다중채무자의 연체금액이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로, 최근 1년 사이에는 1%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개인사업자의 채무 부담 가중과 그로 인한 자금여건 악화 원인에 대해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은애 박사는 '경기침체'와 함께 '출구전략 없는 대출 정책'을 꼽았다.

<소상공인매거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정은애 박사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의 문제는 코로나 시기 증가한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초래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국내외 경제상황이 침체되며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필요한 정책은 향후 채무비율을 점차적으로 줄이고, 이미 발생한 채무가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착륙시키는 방향이어야 하는 데 현재까지는 만기도래한 채무상환을 연장하면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는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채무재조정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정 박사는 "단기적으로는 채무상환을 유예,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채무상황 유예기간 동안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채무재조정 등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채무자를 대상으로 채무액을 감면, 또는 탕감해 주는 방식은 도덕성 해이 논란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그러나, 그동안 성실하게 채무를 갚아온 차주를 대상으로 금액과 기간 등에 따라 일정 부분 감면이나 탕감하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해 볼만한 대책이 될 것이다. 이 외 경영악화로 연체가 계속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개인회생과 채무조정 외에 다각적이고 다양한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내수를 진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는 결국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내수가 활성화 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역화폐 활성화를 통해 골목상권 및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소비가 집중되도록 하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소상공인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 서민금융복지지원팀의 김서로 대리는 연체율 증가 이유에 대해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소상공인매거진>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서로 대리는 "연체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소비금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습관은 바꾸기 쉽지 않은데 코로나 사태 이후 식료품 등 급격히 물가가 상승했고, 이에 따른 금리 또한 상승하였지만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자와 청년, 소상공인의 연체율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실질 소득의 감소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대출 부실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부채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전체 부채금액이 얼마인지, 월 부담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다"라며 "이 부채 비용을 제외한 금액으로 일상생활을 위한 소비예산을 세워 지출하면 부채 위험이 더 커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부채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너무 작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개인회생, 워크아웃 같은 채무조정제도를 고려해 봐야 한다. 채무조정제도는 과도한 부채비용을 줄여주고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 pixabay
 
"성실 상환자에 대한 채무재조정 필요… 장기적으론 내수진작 정책 추진해야"

소상공인들은 보다 적극적인 '채무재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시 소상공인연합회 지주현 사무처장은 <소상공인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사업자의 연체율 상승 원인으로 "경기침체와 3고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 그에 따른 소비 위축, 그리고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의 급격한 상승" 등을 꼽았다.

또한, 코로나 시기 강제적 영업제한에 따른 원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재조정'을 제안했다.

지주현 처장은 "지금 자영업자 부채의 상당부분은 코로나 시기 강제 영업제한 등의 국가 시책으로 인한 것이 크다"며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국가 시책에 따른 피해인 만큼 이를 구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악화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어 현재의 상황이 단시간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성실 상환자에 대한 채무탕감을 포함해 과감한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며, 이는 일시적이 아닌 제도로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1~2년 사이 전기·가스·수도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도하는 공공요금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농·어민에 대한 면세유 지원과 같은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채무교육 및 컨설팅 필요성'도 제기했다. 지 처장은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고 있다"며 "따라서, 지역신보에서 보증하는 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채무교육과 컨설팅을 정기적이고 전문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상공인매거진'(www.menews.kr) 과 '인천게릴라뉴스'(www.ingnews.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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