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심려끼쳐 죄송…SK 명예 위해 진실 바로잡을 것"
"그룹과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 없도록 할 것"
[한국경제TV 이서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그룹을 위해 상고를 통해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공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현금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며 상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 그룹의 최고협의기구로 주요 계열사 CEO들이 매월 1회 모여 그룹 차원의 공동 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는 최 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경영진들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 이날 회의에는 최창원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 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때보다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핵심인 반도체 사업에 대해서는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그룹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 CEO들은 최근 법원 판결이 SK그룹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해온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부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밖에 판결 이후 구성원과 주주, 투자자, 협력사 등 이해관계와 향후 경영에 미칠 파장 등을 점검하고 대응책도 논의했다. 그들은 우선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SK 경영 안정성을 우려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하며 한층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최창원 의장은 "우리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 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서후기자 after@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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