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둥지 페스티벌'... 우린 악몽을 축제로 만들겠다

박은영 2024. 6. 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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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34일-35일차] 자진철거 계고장에 적힌 6월 3일부터 3일간... 공권력은 책임 회피마라

[박은영 기자]

▲ 세종보 천막농성장 세종보 천막농성장은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6월 3일

얼마 전 세종시가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들러서 두고 간 계고장에 적힌 자진철거 기한이다. 금강을 지키려는 '녹색 둥지'를 허물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였다. 1일, 주변 지인들에게 긴급 타전을 했다. '세종 천막 둥지 페스티벌'에 동참해달라고. 6월 3일, 4일, 5일 중에 경찰이 천막을 철거하러 올 수 있으니 더 많은 둥지를 세워달라는 호소였다.

급하게 준비해서 페스티벌 기간인 3일 동안 정해진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노래 공연, 댄스 공연 등을 준비했지만, 3일 내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될듯하다. 강이 살아나고 있기에 강수욕을 할 수 있고, '물멍'도 때릴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돌탑을 세우고, 물수제비를 뜰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금강에 대한 사랑방도 열릴 것이다. 이게 강이다. 

과거 박근혜를 탄핵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던 '광화문 텐트촌'의 규모를 상상하고는 있지만, 지금은 얼마나 많은 동조 텐트 둥지가 쳐질지 모르겠다. 강을 죽이려는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려면 한 개라도 더 많은 둥지가 필요하다. 지금 물이 차오르는 천막농성장에서 쓰고 있는 이 글이 한 개 둥지라도 더 세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생명을 지켜달라는 기도... 강을 지켜야 하는 이유
 
▲ 미사 집전 중인 김대건 신부님 천주교대전교구 생태위원회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 거리미사를 드리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지난 1일,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천막농성장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거리미사를 드렸다. 이날 미사에는 30여 명의 신자들과 <솔숲에서 띄운 편지>의 저자 윤인중 목사와 '불나비'를 부른 민중가수 최도은씨가 함께 자리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김대건 신부는 세종보 재가동은 생명을 해하는 일임을 강조하며 어떤 생명도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지켜달라고 간곡히 기도했다. 
미사 후 최도은씨는 현장에서 들은 세종보 재가동의 의미를 듣고는 '세종보 곁에 사는 생명을 지켜달라' 가사로 즉흥 자작곡을 힘차게 불러주기도 했다. 함께 자리한 윤인중 목사 또한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한겨울에 나무 위에서 150일을 농성하며 롯데건설 사람들과 싸웠고 결국 막아냈다"며 세종보 재가동 또한 함께 막아내자고 응원했다.   
 
▲ 미사에 함께 한 신자들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신자들과 세종보 재가동 중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수많은 생명을 지켜내자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는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한반도 대운하를 시작으로 4대강사업으로 둔갑해 지금 10여 년이 넘게 활동가들을 투쟁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이 4대강 사업의 망령들은 언제나 저 욕망을 포기하고 물러날 것인지 끝없이 아득하고 답답하지만 이 싸움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함께 하는 이들이 있는 한 말이다.
저항하는 시민들… 책임을 회피하는 공권력
 
▲ 솔숲에서 띄운 편지 저자 윤인중 목사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해 나무 위에서 시위했던 윤인중 목사
ⓒ 대전충남녹색연합
 
롯데건설이 추진하던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2006년 10월부터 2007년 5월까지 꼬박 210일을 버틴 이들이 있다.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활동가와 윤인중 목사다. 두 사람은 각각 56일과 155일 간 소나무 세 그루를 가로질러 친 텐트에서 농성을 벌였다. 나무시위를 포함한 5년여의 투쟁을 거쳐 계양산 롯데골프장 건설은 결국 무산되었다. 사업자인 롯데건설이 사업을 포기했고 계양산은 다행히 시민들의 품에 온전히 남게 되었다.

금강은 그렇게 온전히 시민들의 품에 남을 수 있을까. 세종시는 우리를 '고발할 수 밖에 없다'며 철거를 예고해 왔다. 그들에게 우리가 왜 농성을 하는지, 세종보 재가동이 어떤 의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험하다'를 무기로 빨리 천막을 뜯어내고 싶을 뿐, 사람이 있으니 대청호 방류를 조절하거나, 세종보 재가동을 중단하는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아무도 다치거나 죽지 않고, 여기 금강의 생명들도 다 잘 살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내 권한이 아니다'는 강력한 변명으로 묻어버릴 뿐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부(중앙)에 의존하고 정부의 방향을 따라가야 하는 '필수적인' 것으로 본다. 세종보 수문을 닫는 것이 금강을 오염시켜 시민들의 건강을 해친다면 세종시는 당연히 반대하고 환경부의 보 운영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 화창한 금강의 모습 금강은 언제나 평화롭게 흘러야 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숲이 운다. 천막과 현수막이 펄럭거리며 바람을 맞이한다. 키 큰 나무들은 저러다 쓰러지겠네 할 정도로 휘청거린다. 그러다가도 바람이 그치면 곧 제 모습으로 돌아온다. 언제 흔들렸나 하리만치 시치미를 떼고 그대로 서 있는 나무다. 하루 종일 드세게 바람이 불던 오늘도 나무들은 우우 소리를 내며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러다가 고만 평상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뒷말이 없다. 군소리가 없다. 뒷말이나 군소리를 하는 것은 사람들인 뿐인가 보다."

숲속에서 띄운 편지 내용 중 일부이다. 천막농성장에서 바라보는 금강의 모습은 저 키 큰 나무들과 같다. 비가 오면 무섭게 사방을 헤치다가도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가지런하게 흐르는 모습을 보면 흔들리고 자빠지는 것은 인간뿐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강 하나를 두고 여러 생각을 하는 인간들처럼. 가령 이렇다.

"행복한 금강 세종의 시대의 연다."

세종보 사업소 입구에 들어서면 비석에 이런 문구가 써 있다. '행복한'의 주어는 금강인지 세종인지 알 수 없다. 금강과 세종이 하나의 주어라면 그만큼 세종과 금강의 연결성이 강하다는 뜻이겠다. 세종이 금강과 그렇다면 금강에 깃대어 사는 물새나 흰수마자도 세종과 함께 연결된 생명들인데 왜 세종보 재가동은 그러면 세종시를 죽이는 일 아닌가 생각해본다. 
 
▲ 금강의 물떼새 ⓒ 대전충남녹색연합

금강이 있어 세종이 행복할 수 있다면 금강이 행복해야 하는 일 아닌가. 금강이 행복한 길은 어떤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강이 흐르고, 그 안에 깃든 생명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일일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그리 대답할 것 같은데 이 사실은 환경부와 세종시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뻐꾸기가 운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세종보의 수문을 활짝 연 지금도 4m 높이의 고정보로 금강의 3분의 1쯤은 막고 있다. 이러고도 보가 홍수 예방에 좋다고 거짓선동을 하는 자들이 조만간 녹색 둥지를 뜯어내기 위해 쳐들어올 수도 있다. 악몽이 될 수도 있는 3일 동안 우리는 축제를 열 것이다. 강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세종 천막둥지 페스티벌'에 참여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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