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게 결정권을 준 독일... 그 신선한 충격
[박제민 기자]
▲ 독일 뮌헨에서 마신 맥주. 1L짜리가 있어서 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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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르(Isar)는 "매우 빨리 흐르는 물"이란 뜻입니다. 그만큼 이자르강은 물살이 빠르고 해마다 홍수 피해가 심했다고 합니다. 특히 1813년에는 이자르강에 있던 홍수로 인해 다리가 무너졌고, 100여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답니다.
▲ 뮌헨시를 흐르는 이자르강. 강 한 편에는 재자연화하지 않은 수로가 아직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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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안 그래도 빨랐던 물살은 더 빨라졌습니다. 예상과 달리 홍수 피해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빠른 물살이 굽이굽이 흐르면서 그 속도가 줄어드는데 직선으로 만들어진 물길이 강물 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하수가 고갈되고 유속, 수심, 수온 등이 모두 변하면서 생태성이 크게 훼손됐습니다. 그 결과 수질이 악화했고 '물살이'들의 서식처가 변화하거나 파괴됐습니다.
강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깨달은 뮌헨 시민들은 결국 1960년부터 이자르강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재자연화 사업을 거론하고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부터 시민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시의회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수로를 다시 뜯어내고 이자르강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1995년에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계획은 확정했고 생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려 5단계에 걸쳐 재자연화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재자연화 사업은 2000년에 시작하여 2010년이 되어서야 완성됐습니다. 흔히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에 대해 10년을 준비하고 10년을 걸쳐 완성했다고 합니다. 독일 사람들의 꼼꼼함과 철저함이 여기서도 드러난 것이라고 하겠죠.
▲ 재자연화를 통해 원래 모습으로 복원한 이자르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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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자연화한 이자르강에 대해서 뮌헨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뮌헨시는 여름이 한창이었던 2007년 7월 21일부터 8월 29일까지, 뮌헨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여름 동안 이자르강을 "일주일에 자주" 찾는다는 응답이 34.2%로 가장 많았고, "매일" 온다는 응답고 11.6%나 됐습니다. 또 현재 수질이 좋아졌다는 응답이 87%였으며, 아이들이 이자르강에 오는 것을 만족한다는 것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는 응답이 똑같이 99.5%였습니다. 즉 재자연화한 이자르강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죠.
▲ 재자연화 사업을 통해 생태성을 회복한 이자르강의 모습. 수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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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르강을 방문했던 그때나 글을 쓰는 지금이나, 한국은 유례없는 공사판입니다. 골프장, 발전소, 공항 등 정치인과 이익 관계자들에 의해 마치 심시티 게임을 하듯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집권하게 되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헤쳐지고 변질한 그곳들을 원래대로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사업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되면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에서 배운 교훈을 떠올리며 강에게, 산에게, 들에게, 작은 도토리 나무와 풀들에게, 결정권이 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 슈투트가르트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재자연화를 거쳐 원래 모습을 회복한 이자르강과 달리, 슈투트가르트는 개발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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