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대회 랭킹포인트 도입…테니스 동호인 끌어들였죠"

박병희 2024. 6. 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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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진흥협회 개국공신' 성기춘 회장
나이별 랭킹 부여…1년 45개 동호인 대회
'올해 74세'에도 매일 300번 스윙 연습
MZ세대 인기 실감…후원기업 줄어 아쉬워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 등 세계 최고 테니스 스타들은 남자프로테니스(ATP), 여자프로테니스(WTA)가 산정하는 랭킹 포인트에 따라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한다.

국내 아마추어 테니스 동호인들도 대회 출전 때마다 성적에 따른 점수를 따고 랭킹을 부여받는다. 랭킹 포인트를 관리하는 곳은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다. KATA의 성기춘 회장을 지난달 24일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만났다. 성 회장은 KATA의 랭킹 포인트 도입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1995년 말에 신충식 KATA 명예회장,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과 함께 KATA를 만들면서 랭킹 포인트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랭킹 포인트가 왜 필요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1~2년 하다 보니까 동호인들이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ATP, WTA 소속 선수들처럼 부여되는 랭킹 포인트가 아마추어 테니스 동호인들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동호인테니스협회(KATA) 성기춘 회장이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KATA는 남자 아마추어 테니스 동호인들을 만 25세 이상, 40세 이상, 50세 이상을 기준으로 청년부, 장년부, 베테랑부로 나눠 랭킹을 부여한다. 선수 출신인 경우 나이 제한 규정이 더 높아진다. 성기춘 회장도 현재 KATA 베테랑부 랭킹 5위다. 현재 베테랑부에만 포인트가 부여된 선수가 370명에 달한다. 여성의 경우 만 25세 이상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이면 누구나 개나리부 선수로 등록할 수 있다. 개나리부에서 우승하거나 생활체육테니스연합회(KTFS) 개나리부에서 우승하면 국화부로 승격돼 더 높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다. KTFS는 2008년부터 KATA처럼 랭킹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또 다른 테니스 동호인 단체다.

현재 KATA는 이 랭킹을 근간으로 1년에 45개 동호인 테니스 대회를 운영한다. 거의 매주 대회 하나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성 회장은 "45개 대회 중 6~8개 대회를 KATA가 직접 주최하고 나머지 대회는 주관사로 참여한다"고 했다.

성기춘 회장은 매주 대회를 운영하면서 선수로도 뛴다. 1950년생으로 올해 나이 74세. 성 회장은 지금까지 동호인 테니스 대회에서 약 150번 우승했다. 그는 호기롭게 "한국 아마추어 테니스 동호인 중 나보다 더 많이 우승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승 비결을 묻자 성 회장은 "비결이라는 게 뭐 있겠어? 연습밖에 없지"라고 했다. 성 회장의 삶은 철저하게 테니스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성 회장은 "매일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20분간 걷기 운동을 하고 가운데 추를 달아 무게를 늘린 테니스 라켓을 들고 300번 스윙 연습을 한다"고 했다. 개인 운동을 마친 뒤에는 테니스 코치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는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몸이 피곤해 보통 오후 9시에 잠이 든다고 했다. 해외 출장 등의 일정이 없으면 주말에는 테니스 코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성 회장은 동호인 테니스 대회를 통해 테니스 저변이 확대되고 한국에서도 테니스 부흥을 이끌 수 있는 세계적인 스타가 나오기를 바랐다. 2018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 4강에 오르며 역대 한국인 ATP 랭킹 최고인 19위까지 올랐던 정현(28)이 이후 부상으로 좀처럼 재기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주고, 어렸을 때부터 세계 무대에서 많이 뛰면서 경험을 많이 쌓아야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수 있다. 지금은 유망주들이 있어도 (후원을 못 받아) 돈이 없으니까 세계 대회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한국동호인테니스협회(KATA) 성기춘 회장이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자세를 잡아보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최근 2~3년 사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테니스에 대한 인기는 높아졌다. 성 회장도 "젊은 세대들이 많이 유입됐다"며 테니스 인기가 높아졌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다만 되레 기업들의 테니스에 대한 후원을 줄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성 회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업들 후원으로 동호인 대회에서 우승하면 부상으로 메이저 대회 관람권을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며 "달러가 비싸지고 항공료 등 비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평소 내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30대 초반에 B형 간염에 걸려 7개월 동안 투병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 때문이다.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는데 아기를 꼭 한 번만 봤으면 하고 기도할 정도였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살아 장성한 아들이 가정을 꾸리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하면서 메이저 대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20번 정도 있었다. 덕분에 전 세계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테니스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누렸고 테니스장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다리가 성하고 몸이 성하다면 언제까지고 테니스를 칠 것이다. 지금도 테니스가 즐겁고 여전히 우승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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