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까지 벌인 '앙숙' 머스크-다이먼, 화해했나

조슬기나 2024. 6. 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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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송전까지 번졌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의 오랜 앙숙 관계가 최근 화해 모드를 나타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지난 3월 JP모건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업계 예상을 뒤엎고 연사로 나섰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다이먼 회장과 머스크 CEO는 이스라엘부터 인공지능(AI), 미국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행사에 참석한 소식통들은 머스크 CEO가 다이먼 회장의 견해를 존중하는 뜻을 내비치는 등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친밀해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두 사람은 행사가 끝난 후 다이먼 회장의 스위트룸에서 1시간 이상 별도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 CEO는 행사에 아들 엑스(X)와 함께 참석했다. 또한 다이먼 회장은 행사 후 JP모건이 머스크 CEO와의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WSJ는 "두 사람이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가고 있다"면서 "JP모건과 머스크 제국이 앞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주요 부호 중 한 명인 머스크 CEO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 회장 간 오랜 불화는 익히 유명하다. 두 사람 간의 충돌이 공개적으로까지 격화된 것은 2016년 JP모건이 배터리에 대한 가치 평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테슬라 전기차 리스 부문 인수 요청을 거절하면서부터다.

WSJ는 당시 머스크 CEO가 JP모건의 소비자금융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거래를 중단하겠다며 고함을 질렀고, F로 시작되는 욕으로 통화를 끝냈다고 전했다. 이에 다이먼 회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화가 난 채 머스크 CEO에게 전화해 JP모건이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머스크 CEO는 JP모건의 경쟁사들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딜로직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2010년부터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약 9000만달러다. 반면 JP모건은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그 반대편에 섰다. JP모건은 2016년 이후 테슬라측의 그 어떠한 제안이나 거래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불화는 결국 소송전까지 번지며 극에 달했다. JP모건은 2021년 테슬라를 상대로 1억62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체결한 신주인수권 관련 계약을 테슬라가 위반했고, 이에 따른 금액을 받지 못했다는 게 JP모건측 주장이다. 이에 머스크 CEO는 WSJ에 "JP모건이 소송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옐프(맛집 평가 앱) 리뷰에서 별 1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월 법원에서는 "JP모건은 테슬라를 싫어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3월 콘퍼런스에 앞서 작년부터 서서히 해빙 조짐이 확인됐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NYT)의 딜북 콘퍼런스에 참석한 다이먼 회장은 머스크 CEO에 대한 질문에 "그는 분명히 뛰어난 인간이고, 인류에 공헌했다"고 답변했다. 머스크 CEO 역시 다이먼 회장이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일부 긍정적 논평을 하자, X에 "다이먼이 잘 말한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WSJ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JP모건과 머스크 CEO가 협력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면서 "소송을 비롯한 상당한 장애물이 남아있기는 하나, (관계) 진전은 주목할만하다"고 짚었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을 이끄는 머스크 CEO는 JP모건과 같은 투자은행들에게 있어 탐낼만한 고객이다. 머스크 CEO 역시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풍부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윈윈 관계는 월스트리트에서 그들의 불화가 이례적이었던 이유이자, 양측 모두 화해로 돌아설 수 있는 이유라고 WSJ는 평가했다.

다만 WSJ는 2021년 JP모건이 제기한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최근 다이먼 회장과 머스크 CEO 간 관계 개선이 해당 소송에도 여파를 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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