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

이현우 2024. 6. 3. 09: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계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휴전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직후 또다시 이를 번복하고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강경발언을 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C)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백악관도 네타냐후 내각이 당연히 이 휴전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의 현충일(Remembrance Day)에 전몰장병 추모 연설에 나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우유부단한 2명의 네타냐후가 전쟁과 휴전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면서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계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휴전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직후 또다시 이를 번복하고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강경발언을 했다. 이러한 엇갈린 행보가 흡사 온건파와 강경파 성향의 2명의 네타냐후가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ICC)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백악관도 네타냐후 내각이 당연히 이 휴전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3단계 휴전안에 동의하면 이스라엘도 당연히 '예스'라고 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미 하마스와의 교전이 9개월째 접어들고 라파를 제외한 거의 모든 가자지구 지역이 제압되면서 전쟁 지속의 명분은 크게 약해졌다. 매일 이스라엘군이 아무런 자원도 없는 사막에 수백억원어치 포탄을 쏟아부으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스라엘의 재정은 크게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하마스의 군사활동이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세가 이어져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고립도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이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휴전안을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에 평화의 지도자란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가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 발표 당시에 이를 수용하고 이스라엘 대표단에도 하마스와의 휴전안 협상을 승인하겠다 밝힌 것도 이러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각의 복잡한 정치구조가 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네타냐후 정권과 연정을 구성 중인 극우정파들이 휴전안 동의에 일제히 반발하며 하마스와 전쟁을 중단하면 곧바로 연정을 붕괴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전체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네타냐후 연정은 64석으로 정권을 유지 중인 불안정한 상태인데, 극우정파들이 가진 의석 수는 14석에 이른다. 이들이 연정을 탈퇴하면 곧바로 정권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소위 2명의 네타냐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면서 온건파와 강경파의 분열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경파인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아예 하마스 대신 가자지구를 통치할 대안세력을 내세우겠다며 휴전안 자체를 뒤엎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하마스를 완전히 뿌리뽑을 때까지 전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쟁내각에 참여 중인 중도우파 성향의 국가통합당은 휴전안 수용이 불발되면 연정을 깨겠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국가통합당을 비롯한 중도우파 성향 의석 수는 8석이라 이들이 탈퇴할 경우에도 연정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의 결단에 따라 중동평화는 물론 이스라엘 정계의 미래도 결정될 상황에 놓였다. 전쟁이 정권을 교체할 지, 아니면 정권이 전쟁을 바꿀지 여부에 따라 안보이슈가 얽혀있는 전세계 모든 정치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