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0만원, 사람 없어서 못 뽑아요"…4050 환영하는 여기

문희철 2024. 6. 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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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사무원은 중장년층 채용을 선호하는 업종이다. 서울시가 40·50대를 대상으로 제공한 약국사무원 양성과정의 수업. [사진 서울시]

20~30대 신입사원을 선호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통상 중장년층은 취업 시장에 약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시장을 들여다보면 40·50대를 선호하는 직종도 꽤 있다.

약국 사무원이 대표적이다. 약국 사무원은 약국에서 처방전을 접수하고 이를 전산에 입력하거나, 관련 서류를 발급하는 등 약사 업무를 보조한다.

약국사무원·펫시터·파파크루 등

서울시가 제공하는 4050 특화 직무 훈련. 그래픽=신재민 기자

고령화 시대가 찾아오면서 약국은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약국 수는 2만4752개로 5년 만에 8.28% 증가했다. 또 약국은 인구가 적은 곳에도 꼭 필요하다. 전국 어디서나 약국 사무원 수요가 있다는 의미다.

약국사무원은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직종으로 꼽힌다.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고, 특별한 전문지식이 부족해도 쉽게 업무를 배울 수 있어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올해 마련한 ‘서울시 40·50 약국 사무원 양성과정’ 수료자 28명 가운데 14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지난 3월 접수한 ‘약국사무원 양성 과정'에 337명이 지원(30명 모집), 경쟁률 11대 1을 기록했다. 서울시50플러스 재단측은 “의약품은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하고 약국은 주말·공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데, 정적인 업무인 약국 사무원은 젊은 층을 채용하면 이직률이 높아 40·50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pet sitter)도 중장년층에 인기다.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처럼, 펫시터는 동물을 동물병원 등에 맡기지 않고 집에서 돌본다. 프리랜서 형태로 일할 수도 있지만, 애견호텔·애견유치원에 취업할 수도 있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가 내놓은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이 28.2%다. 네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뜻이다. 여행 등으로 장시간 집을 비울 때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거나 먹이를 준다.

이정우 반려견지도사는 “중장년층은 젊은층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신중한 편이어서 펫시티 업종에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손님을 부축해 병원·집으로 이동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파크루. [사진 서울시]

교통 약자 맞춤형 모빌리티 서비스 ‘파파크루’도 중장년층을 선호한다. 파파크루는 주로 환자·노인·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손님을 부축해 병원·집으로 이동을 돕는 일을 한다. 아무래도 교통 약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안전운전·방어운전이 필요하고, 휠체어·목발 등을 이용해 이동을 도울 때도 잦아 차분한 성격의 중장년층이 어울린다고 한다.

정보기술(IT) 분야에 밝은 중장년층도 상대적으로 채용 기회가 많다.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SNS)·디지털마케팅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스마트폰활용지도사, 드론을 조종하는 방법을 체험·교육하는 드론 레크리에이션 강사,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정리하고 라벨을 붙이는 데이터 라벨러 등이 대표적이다.

중장년 우대 알바 플랫폼 등장

온라인 커머스에서 쇼호스트로 활동하며 상품을 판매하는데 도움을 주는 ‘모바일 쇼호스트.’ [사진 서울시]

취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취·창업을 꿈꾸는 중장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수제 전통주 1인 창업 과정이 대표적이다. 전통주를 직접 빚고 기술을 익히면서 본인이 창업하기 적절한 인물인지 탐색하는 과정이다. 이 밖에 시니어 방문학습 지도사나 역사문화체험 강사 등도 중장년층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직종으로 꼽힌다.

김가현 북촌전통주문화연구원우리술제조관리사는 “소규모 양조장 면허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20㎡ 안팎의 작은 공간에서도 양조장을 세울 수 있게 되면서 최근 창업지원금을 받아 창업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며 “레스토랑 등을 식음료 업종에 종사하려는 중장년층은 우리술제조관리사·전통주문화해설사 등 자격증이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바천국이 선보인 ‘중장년 채용관’. [사진 알바천국 캡쳐]

한편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중장년을 위한 중개 플랫폼이 등장했다. 알바몬은 지난해 ‘장년 알바 채용관’을 선보였다. 장년 특화 재취업관, 장년 알바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경쟁사 알바천국도 ‘중장년 채용관’을 열고 근무 지역·기간·요일·시간에 따라 중장년이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은 “올해 서울시가 준비한 4050 직무훈련을 통해 2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며 “취업 희망 중장년층을 위해 다양한 직무 체험과 컨설팅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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