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경 보험연구원장 "CSM 실적 논란…시장 지켜봐야"
"공적연금 보완 위해 사적연금 개선해야"
"최근 보험업권에서 불거진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다. 기업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형태의 규제 보다는 시장 규율이 작동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지난 3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1분기 보험사 실적 발표 이후 계약서비스마진(CSM) 상각에 관한 회계처리 과정에서 실적이 뻥튀기됐다는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을 시사한 것에 대한 의견이다.
안 원장은 지난해부터 도입한 IFRS17을 둘러싼 여러 잡음에 대해 "중학생에게 대학원생 수준의 문제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아직 도입 2년차에 불과한 한국에 10여년 넘게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친 유럽 수준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안 원장은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10년간 IFRS17을 준비했으나 IFRS17을 준비하던 시기와 도입시점의 금리 등 거시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이익실현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된 측면이 있다"면서 "실적 가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가정에 대한 실무 표준 작성 등 시장 규율이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CSM 균등상각을 위해 할인율을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단계적 적용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보다는 CSM 가정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기업 내부통제 강화와 세부사항 공시 등을 통해 시장 경험을 축적하고 견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험개혁회 출범…"판매채널 개선 최우선 집중"
지난달 7일 금융당국은 보험산업 재도약과 혁신을 목표로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했다. 매달 회의를 열고 올해 말까지 과제별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께 최종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원장은 보험개혁회의에서 '판매채널' 개선책을 핵심 안건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안 원장은 "설계사 불법스카우트와 판매수수료 과당경쟁, 불완전판매 등 판매채널 문제를 개선해야 보험산업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서 "시장이 무한정 진흙탕 싸움을 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판매채널 문제는 시장 생리상 규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업계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보험사들이 제판분리(제조·판매사 분리)를 시도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이 급성장하는 것에 대해선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했다. 보험상품을 제조하는 보험사와 이를 유통하는 GA 간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면 소비자편익이 올라갈 것으로 봤다. 안 원장은 "하나의 보험상품에 대한 세세한 설명보다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 설명하고 소비자에 맞는 상품이 무엇인지 살피는 과정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이런 소비자 경험이 제조사 데이터로 축적되고 소비자가 해당 기업 브랜드에 로열티를 갖는 과정을 만들어 내는 생애주기 관리가 미래 수익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면에서 제판분리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손보험 적자…"비급여 진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적극 대응해야"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규모는 약 2조원으로 1년새 약 4400억원 증가했다.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로 매년 수조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실손보험과 관련해 안 원장은 비급여 관리 방안이 건강보장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험금은 주사제나 도수치료 등 특정 항목에 집중돼 나타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의학회와 보건복지부가 이들 진료 항목에 대한 진료 적정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규제에 반영하는 등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와 금융당국의 충분한 의견 조율을 통해 공공·민간 보험의 보장영역 간 연계를 개선하면 비급여 관리 미흡으로 발생하는 급여 누수와 비급여 풍선효과 등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적연금으론 한계…사적연금 키워야"
안 원장은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연금개혁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소득대체율이 낮은 공적연금으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관련 주제로 세미나도 수차례 열고 있다.
안 원장은 퇴직연금 수령과정에서 빈번한 일시금 중도인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퇴직연금을 연금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적연금은 국민연금에 준하게 연금수령기간을 늘리고 세제혜택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장수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축적 기간이 아닌 연금수령 기간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력
▲1963년생 ▲연세대 사회학 학사·연세대 경영학 석사·숭실대 경영학 박사(보험운송 전공) ▲보험연구원 부원장·연구조정실장·금융정책실장 ▲금융위 금융공기업 예산심의·경영평가위원회 위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보험분과 위원, 행정지도심의위원회 위원 ▲금감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보험분과 자문위원, 보험감독혁신 TF 위원 ▲우정사업본부 보험적립금운용분과위원회 위원 ▲한국보험학회·한국리스크관리학회·한국FP학회 이사 ▲현 보험연구원 원장(2019년 4월~)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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