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잦고 결근 잘 한다면… 성인 ADHD 의심해야"

오상훈 기자 2024. 6.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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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성인 ADHD 명의’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영섭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영섭 교수./사진=여의도성모병원 제공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수가 5년 사이 약 2배 증가했다. 378억원 수준이던 진료비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여성, 20대 환자의 증가율이 눈길을 끌었다. 환자 수가 늘자 잘못된 정보도 늘었다. ADHD 환자는 지능이 낮다거나 성격이 이상하다는 식의 내용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떠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전두엽 기능의 문제로 주의집중력이 떨어지지만 치료만 받으면 충분히 제 능력을 발휘하며 살 수 있다. 성인 ADHD 명의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영섭 교수에게 ADHD의 원인, 증상,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ADHD는 왜 생기나?
-ADHD는 전두엽이 잘 기능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유전적 요인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여기서 환경적 요인이란 영아 때 뇌 손상처럼 신경 발달에 지장을 끼쳤던 사건 등을 의미한다. 양육 환경이나 유해물질, 과도한 미디어 노출 등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연관성은 크지 않다. ADHD도 선천적인 질환이라고 보는 게 맞다.

-ADHD로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전두엽은 뇌의 컨트롤 타워다. 집중력, 판단력, 계획력, 충동 억제 등에 관여한다. 이러한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 계획을 짜고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일정이 있어 아침에 일어났다면 씻고, 옷 입고, 밥 먹고 챙길 거 챙겨서 나가야하는데 ADHD 환자들은 화장실에서 유튜브 영상에 빠져 지각하곤 한다. 또 필요한 걸 빠뜨리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이라면 업무 효율 저하 때문에 고민한다. 업무에 집중을 못하고 성과가 떨어져 해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성인 ADHD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퇴직률, 이직률, 결근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우울증과 같은 공존질환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지적당하고 좌절했던 경험이 많아서다. 항상 뭔가 빠뜨리거나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두려움이 불안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힘든 걸 잊기 위해서 술을 찾는데 충동 조절도 어려워서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앓기도 한다.

-주의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걸 어떻게 인지하나?
주의집중력이 정상이라면 어떤 곳에 얼마나 집중할지 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내일 시험 보는 과목이 3개라고 가정한다면 중요도에 따라 집중력을 50%, 30%, 20% 등으로 분산해 모두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세 과목 모두 중요한데 한 과목에 100%를 투자하고 나머지 과목을 못 본다면 주의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게임 등 한 가지에 빠지면 그것에 지나치게 몰두하기 때문에 집중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해다.

-어렸을 때 없던 ADHD가 성인 때 생기기도 하나?
그렇지 않다. 소아 때 ADHD가 성인기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 ADHD에는 ‘과잉행동-충동형’과 ‘주의력결핍형’이 있다. 소아 ADHD는 주의집중력 문제도 있지만 과잉행동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수업시간에 못 앉아 있고 산만하게 왔다 갔다 하는 식이다. 이러면 눈에 잘 띄어서 치료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데 조용하게 주의집중력만 저하되는 유형도 있고 과잉 행동 자체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 주의집중력 문제만 안은 채 성인이 된다.

-성인 ADHD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 ADHD로 진료 받는 환자 수는 2018년 대비 2022년에 2.5배 정도 늘었다. 국내에 14만 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 20~30대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 반면, 50대 이상 환자들은 이미 익숙해져서 병원에 잘 오지 않는다.

-환자들이 증가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
진단체계 도입과 건강보험 급여를 꼽을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진단체계는 미국 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다. 지난 2013년 4편에서 5편으로 개정되면서 성인 ADHD 진단 방법이 담겼다. 즉, 그 이전까지 진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또 2016년도부터 우리나라에서 성인 ADHD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됐다. 2013년에 진단 체계가 생기고 2016년에 급여 적용이 되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늘었고 실제 환자들이 병원을 찾으면서 환자 수가 증가했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먼저 주의집중력 검사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ADHD로 진단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 우울증 등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기 때문에 병력 청취로 감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렸을 때 ADHD를 앓았는지, 그 증상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봐야한다. 과거력을 측정하는 설문과 가족력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반대로 우울증, 불안장애 등 공존질환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ADHD가 있었는지를 파고들어서 물어봐야 한다.

-자가진단은 어렵나?
현재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지는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테스트 결과도 대체로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과거력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겪었고 그로 인해 일상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성인 ADHD 치료 옵션은 무엇인가?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성인 ADHD 치료의 60~70%를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성분의 정신 자극제를 고려한다. 뇌에서 도파민 분비량을 늘려 전두엽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효과는 좋지만 약물 작용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 재흡수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아토목세틴’ 성분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아토목세틴은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치료 효과가 좀 늦게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암페타민도 처방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오남용 위험성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ADHD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게 쉽지 않다. 자꾸 까먹고 미루는 특성이 있어서다. 우울증까지 동반하면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고 병원을 안 가기도 한다. 이럴 때 행동 개입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완치는 가능한가?
약을 끊는 걸 완치라고 본다면 어렵다. ADHD가 성인기까지 지속됐다면 이미 뇌가 그렇게 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완치보다는 증상 조절을 통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손상 없이 발휘하고 인생에서 쓸데없는 손해를 얼마나 덜 보느냐가 중요하다.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부작용이 우려될 텐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약은 항상 오해가 많다. 그런데 ADHD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약들은 소아 때부터 수십 년에 걸쳐서 약을 복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것들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이 복용하는 약은 안전성 기준이 굉장히 높다. 물론 오남용 위험 등 부작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의료진이 처방 용량 및 부작용 등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세히 관찰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ADHD 환자들은 지능이 낮다는 게 사실인가?
지능 검사를 해보면 점수가 평균 대비 낮게 나오긴 한다. 근데 지능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지능 검사도 일종의 시험이다. ADHD 환자들은 집중력이 떨어져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실제로 약물을 복용한 뒤 검사를 해보면 점수가 높게 나온다. 지능과 연관성은 없거나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인 ADHD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병원에 방문해서 ‘내가 게을러서’, ‘내 성격이 이상해서’라며 자책하는 환자들이 많다. 사실이 아니다. ADHD는 운이 나빠서, 우연히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뇌 기능의 문제이기 때문에 뇌 기능을 호전시키는 치료가 필요하다.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치료를 잘 받는 환자들은 과거에 어떻게 그렇게 살았지 이런 얘기들을 한다. 치료를 잘 받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능력을 손상 없이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우영섭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대한정신약물학회 총무이사, 대한우울조울병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성인 ADHD를 비롯한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조현병 등이다. 특히 성인 ADHD에 관심이 많다. 병원 내 ADHD 연구모임을 만들고 성인 ADHD 환자들은 일반 인구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11배 높다는 연구를 지난해 발표하는 등 학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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