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운 무신사, 자회사가 '발목'…조만호 총괄대표 '숙제'

이민지 2024. 6. 3.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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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1조 매출' 달성했지만 '영업손실'
본업 성장률 둔화 속 자회사 실적 개선 '숙제'

지난해 매출이 1조원에 가까운 무신사가 자회사에 발목이 잡혔다.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 중인 에스엘디티와 국내외 의류 브랜드를 유통하는 '무신사트레이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대폭 악화됐다. 무신사는 올해 자회사들의 비용 개선 작업과 온라인 판매 강화 등의 전략으로 흑자 전환에 나섰다는 계획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재무정보가 공개된 무신사 자회사 17개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곳은 4개에 그쳤다. 한정판 상품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 중인 에스엘디티가 288억원 상당의 적자를 냈고, 물류 자회사인 무신사로지스틱스 91억원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무신사트레이딩의 경우 지난해 516억원의 매출고를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1400만원에 그쳤다. 2022년 30억원에서 급감하며 수익이 사실상 전무했다. 당기순손실은 50억원을 기록했다.

무신사트레이딩은 국내외 브랜드 판권을 따와 유통과 마케팅을 하는 자회사다.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을 전담하는 것과 같은 사업 구조다. 무신사트레이딩은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들을 주로 유통하고 있다. 전개 중인 브랜드는 슬리피존스, 노아, 잔스포츠, 032c, 디키즈, 쏘로굿 등 10여개에 달한다. 무신사는 2021년 이누인터내셔날의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해외 브랜드 판권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무신사트레이딩은 인수 전부터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며 매출을 키워왔다. 2020년 기준 매출액은 220억원, 영업이익 22억원이다. 지난해 트레이딩 이익이 크게 꺾인 것은 비용 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일부 브랜드가 수수료를 올리면서 지급수수료와 판매수수료 모두 늘어난 것인데 국내외 브랜드 판권을 가져와 수수료를 내는 구조의 회사인 만큼 일부 브랜드가 10~20%의 수수료를 올릴 경우 회사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22년 선보인 오프라인 매장 '엠프티' 성수를 운영하며 비용 부담은 더 커졌다.

에스엘디티는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회사 실적을 끌어내리는 데 가장 크게 일조했다. 에스엘디티는 2020년 무신사 내부에서 자회사로 독립했다. 이후 적자가 이어지자 지난해에는 검수센터를 통합하는 등 물류체계 고도화, 마케팅비 축소 등을 단행했다. 지난해 기준 영업손실은 288억원이다. 매출액은 2022년 35억원에서 지난해 134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고, 손실 폭도 줄었지만 적자 상태는 지속됐다.

자회사들의 부진은 무신사의 큰 숙제다. 본업인 무신사의 경우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숍인숍(Shop in Shop) 전략으로 오프라인 시장에서 매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차기 먹거리는 사실상 부재한 것이다.

이는 올해 조만호 총괄 대표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조 대표는 ▲글로벌&브랜드 사업 ▲무신사와 29CM 부문으로 각자 대표를 두고 신사업인 글로벌&브랜드 사업에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키워낸 한문일 대표를 선임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외환경이 어렵다고 생각해 신사업 육성 등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모든 것이 다 있는 백화점처럼 국내, 해외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을 모두 무신사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트레이딩은 무신사의 해외 브랜드 유통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신사트레이딩은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 이익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달 압구정에 엠프티 2호점을 새롭게 선보인 만큼 신규 매출 발생에 따른 이익도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상 경영에 돌입한 에스엘디티는 실질적으로 이익에 도움이 되는 프로모션을 선보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효율화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축소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엘디티 측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기본 거래 정책을 간소화하고 수수료 혜택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사업 구조 개선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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