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AI 발전에…'SaaS 투자' 분주한 VC
과기부, VC 모태펀드 SaaS 분야 신설
SaaS 시장, 2027년 3조 돌파 전망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인프라가 확대되고 AI(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의 활용도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에 SaaS 관련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에 설치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구독형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3일 한국벤처투자 등 VC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계정의 SaaS 분야 모태펀드의 펀드 위탁운용사(GP) 모집 과정에 총 6개 VC가 신청해 최근 1차 서류심사에서 3개 VC가 통과했다. 여기서 후속 심사를 거쳐 총 2개 VC가 GP로 선정될 예정이다. 선정 GP는 과기부 출자금 200억원을 바탕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해 최소 333억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패러다임, 구매·설치 대신 SaaS 활용"
SaaS 분야 모태펀드가 조성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모태펀드란 중소벤처기업부와 과기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민간 결성 펀드에 출자해 조성하는 펀드를 말한다. 과기부는 SaaS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이번 펀드를 준비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SaaS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외 소프트웨어 이용 패러다임은 '서비스 자체 구축·구매'에서 'SaaS 활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해 설치하는 데 익숙했던 이용자들도 점차 클라우드를 통해 시간·장소와 무관하게 SaaS를 활용하는 추세다. 한국 IDC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전망 2022~2027'에 따르면 국내 SaaS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7456억원에서 2027년 3조1505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고, 관련 클라우드 보안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느 정도의 고객이 확보되면 안정적인 매출 성장과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사업 모델"이라며 "정부 정책과 언어적 차별성 측면에서 볼 때, 특정 영역에 두꺼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거나 킬러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보유한 업체일수록 글로벌 업체 대비 경쟁 우위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 제품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는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움직임도 매우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SaaS 스타트업의 차별화·경쟁력 주목"
경쟁력 있는 SaaS 스타트업에 대한 VC의 투자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월 생성형 AI 기반 의사 결정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솔버의 개발사 '오믈렛'에 시드(초기 투자) 투자를 진행했다. 솔버는 산업 현장에서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서비스다. 생성형 AI를 통해 최적의 작업 순서와 자원 할당 방식을 결정한다.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한 비임상 시험 동물모델 행동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액트버스의 개발사 '액트노바'도 33억원의 사전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액트버스는 실험동물이 나타내는 복잡한 행동을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하기 때문에, 실험동물의 수와 인력비를 줄일 수 있다. 하나벤처스가 주도한 이 투자엔 에이벤처스, 패스트벤처스 등이 함께했다.
전자계약 전문기업 '모두싸인'은 지난달 177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모두싸인은 법적 효력을 갖춘 계약을 온라인에서 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투자는 기존 투자자인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주도하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기업은행,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새로 참여했다.
최근 사무실 공간관리 SaaS인 마일의 개발사 '마일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박은우 매쉬업벤처스 파트너는 "인건비 증가와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겪는 한국 기업들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SaaS 도입에 매우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챗GPT 이후 AI 기술의 부상과 함께 SaaS를 통해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파트너는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권에서도 통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영미권 스타트업보다도 강점을 갖고 있다. 국내 투자사들이 SaaS 분야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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