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원전만으로 안돼”…LNG에 베팅하는 산업계

황민혁 2024. 6.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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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시대를 지배해온 '석유 공룡'들이 액화천연가스(LNG)에 베팅하고 있다.

이들은 신재생 에너지보다 더 빠르게 기존 전력계통에 연결할 수 있고, 소형모듈원전(SMR)보다 성숙한 기술인 LNG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석유 공룡들은 LNG 사업에 CCS 기술을 붙여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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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LNG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화석연료 시대를 지배해온 ‘석유 공룡’들이 액화천연가스(LNG)에 베팅하고 있다. 탈탄소 시대로 향하는 징검다리로써 LNG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LNG 발전은 화석연료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기존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하면 탄소 배출 ‘0’ 달성도 가능하다. 이에 한국 산업계도 LNG, 그리고 이와 연동된 CCS, 수소, 암모니아 등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엑슨모빌은 2030년까지 LNG 생산 규모를 연간 4000만t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앞당겨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는 최근 원유 설비 투자 계획은 축소하면서도 천연가스 생산 목표치는 높였다.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는 지난해 9월 호주 미드오션에너지 지분을 인수하며 해외 LNG 관련 첫 투자를 단행했다. 유럽의 쉘 역시 LNG 판매 비중을 지난해 22%에서 2030년 26%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의 부상, 전기차 전환 등으로 구전난(求電難)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오일 메이저들은 신재생 에너지와 원전만으로는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들은 신재생 에너지보다 더 빠르게 기존 전력계통에 연결할 수 있고, 소형모듈원전(SMR)보다 성숙한 기술인 LNG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LNG 발전은 석탄 대비 40~50%, 석유 대비 20~30% 탄소 배출량이 적다.

석유 공룡들은 LNG 사업에 CCS 기술을 붙여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전량 포집해 땅이나 바다에 묻어버린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생산한 저탄소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면 블루수소가 되고, 이 블루수소를 질소와 결합하면 블루 암모니아가 된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LNG 발전 사업자인 SK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CCS 기술로 저탄소 LNG를 생산하고, 이를 국내에 들여와 블루수소를 생산하고자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에너지 사업에만 올해 1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GS, 포스코홀딩스, E1 등은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조선 업계는 증가하는 LNG 수송 수요에 관련 선박 건조 능력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암모니아 및 수소 운반·추진선,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기업 행보와 달리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대 신재생’이라는 정쟁 구도에 매몰돼 LNG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실종 상태다. LNG 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가동, 정지, 출력 조절에 긴 시간이 걸리고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나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오락가락한다”며 “LNG 같은 유연성 자원의 비중이 줄면 전력 수요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3일 말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LNG 발전의 비중은 지난해 26.8%에서 2038년 11.1%로 쪼그라든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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