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77화. ‘미이라’ 시리즈

한은정 2024. 6.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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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인가, 축복인가…미라에 얽힌 진실

오래전, 이집트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사제 이모텝과 그의 정부 아낙수나문이 파라오를 살해한 것이죠. 경비들이 나타나자 아낙수나문은 단도로 자살하고, 도망친 이모텝은 아낙수나문을 부활시키는 의식을 진행합니다. 의식은 막바지에 이르고 드디어 아낙수나문이 부활하는가 했지만, 쫓아온 파라오의 군대에 의해 의식은 중단되고 이모텝과 부하들은 잡히고 말았죠. 그들은 산 채로 미라가 되는 형벌에 처해집니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르고 20세기 초반. 발굴단에 의해 이모텝의 관이 발견되고 한 사람의 실수로 이모텝이 다시 깨어나죠. 끔찍하게 비틀어지고 말라버린 미라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정기를 흡수하여 본래의 몸을 찾아가는 이모텝.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부활시키고자 부하 미라들을 불러들여 세계를 위협합니다. 끔찍한 미라의 고대 주술에 맞서게 된 주인공, 과연 주인공은 이모텝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요.

1922년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서 이집트 18왕조의 파라오였던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됐다. 이후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며, 1932년 최초의 ‘미이라’ 영화가 탄생했다. 디커뮤니케이션


1999년에 탄생한 ‘미이라’ 시리즈는 속편과 외전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작품으로 이어지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고전적인 공포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932년 ‘미이라’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죠. 당시 ‘미이라’ 영화가 탄생한 것은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1922년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서 수많은 물건으로 가득한 파라오의 무덤이 발견되었죠. 이집트엔 수많은 무덤이 있지만, 대개는 도굴돼 텅 빈 채로 발견됐는데, 황금 마스크를 비롯한 귀한 유물이 담긴 채 발견된 무덤은 이것이 처음이었죠. 무덤의 주인은 이집트 18왕조의 파라오였던 투탕카멘. 고작 18~19살의 나이에 죽었기에 별 기록도 없고 업적도 없던 그는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됩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다음 해 봄에 기묘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인데요. 바로 ‘투탕카멘의 저주로 발굴팀의 후원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거였죠. 발굴 책임자인 하워드 카터의 카나리아가 코브라에게 잡아먹혀 ‘무덤을 발굴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파라오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는 죽음의 날개에 닿으리라’라는 저주의 문구가 있다는 얘기를 거쳐 무수한 이야기가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이를 접한 영화 제작자는 ‘산 채로 미라가 된 자가 부활하여 저주를 퍼트린다’라는 생각을 떠올리고 영화로 만들었죠. 투탕카멘의 저주 소문을 시작으로 미라는 온갖 작품에서 저주를 퍼트리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등장하고, 고대 마술로 사람을 저주해서 죽이는 사악한 이집트 마술사가 나오게 됩니다. 1999년에 나온 영화 시리즈도 이러한 설정의 작품 중 하나죠.

하지만 이러한 설정, 아니 투탕카멘의 저주부터가 진실은 아니었습니다. 카나리아가 잡아먹혔다는 소문이나 저주의 문구는 모두 거짓이었고, 죽은 후원자는 본래 수명이 별로 남지 않은 사람이었죠. 발굴 책임자인 하워드 카터부터 발굴에 참여한 사람 대부분이 별일 없었습니다. ‘투탕카멘의 저주’는 흥밋거리를 찾던 언론이 만들어낸 얘기였던 거죠. 그런데도 이 이야기가 지금도 이어지는 것은 사실 이집트 문화나 이집트의 신화 세계, 신성한 죽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이집트에선 저승으로의 여정도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파라오의 무덤에는 저승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 벽화가 있는데요. 벽화에 따르면, 죽은 사람은 온갖 관문과 수로를 통과하고 다양한 괴물과 악마를 피해 정확한 길로 나아가야 하죠. 한참을 고생하며 사자가 저승의 신 오시리스 앞에 도착하면, 자칼 머리의 아누비스가 심장의 무게를 잽니다. 죄가 크면 괴물에게 심장이 먹히고 영혼은 소멸하죠. 시험을 통과해야 세케트 아아루, 갈대의 들판이라 불리는 천국에 도착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죠. 마치 피라미드를 무대로 만든 게임처럼 미로처럼 복잡한 길과 여러 위협이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사자의 서’라는 글을 무덤에 함께 묻었죠.

영화 ‘미이라’에서는 여주인공이 사자의 서를 잘못 읽어서 이모텝이 부활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 문서는 저승으로 가는 참고서입니다. 여기엔 가장 위험한 오시리스의 시험을 통과하는 비결도 적혀 있는데, 바로 아침의 태양신 케프리의 상징, 스카라베 딱정벌레를 이용하는 거예요. 이집트 미라의 가슴에서 스카라베의 황금상이나 동상, 또는 시체가 발견되는 건 그 때문이죠. 고생 끝에 시험을 통과한 영혼은 시신으로 돌아와 내생을 살아갑니다. 시체가 썩어 사라지지 않게 미라로 만들고 생전 모습을 본뜬 가면을 씌운 건, 영혼이 자기 시체를 잘 찾게 하기 위함이었죠. 누군가를 미라로 만드는 것은 벌이나 저주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저승에서의 그의 삶을 축복하는 신성한 행위였어요. 이모텝에게 벌을 내리고 싶었다면, 미라로 만들지 말고 시체를 그냥 썩게 내버려 두거나 훼손하는 게 낫습니다.

실제로 도굴꾼들은 무덤의 주인이 자신들을 쫓아올까 두려워 미라를 망가뜨렸죠. 그런데 천국에 도착한 이집트인들은 어떻게 될까요. 놀랍게도 그들은 다시 일을 합니다. 파라오조차 저승에 이른 태양이 다시 떠오르게 인도하는 일을 맡아 밤을 새웠죠.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지녔기에 저주의 괴물로 여겨졌던 미라. 하지만, 사실 미라에는 천국에서조차 온건한 몸으로 일하고 싶다는 이집트인들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소문과 달리 투탕카멘의 무덤에는 ‘파라오의 이름을 알리는 자에게 축복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다고 해요. 다른 파라오의 무덤에 비해 비교적 초라한 그의 무덤과 미라가 무사히 남겨진 것은 이러한 배려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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