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민경배 (1) 시골 벗어나려던 아버지, 약방 개업하며 어렵게 출가

손동준 2024. 6. 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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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1934년 6월 22일은 세계가 대공황으로 그 생활이 가장 혹독했던 15년 전쟁기(1931∼1945)였다.

여흥(驪興)민씨 가문인 아버지 민상기(1910~2003)는 배재중학교 3학년 때 재령의 명문 명신중학교로 옮기고 그 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그 시골에서 나와야겠다고 불끈 주먹을 쥐셨다.

그러다가 한 2년쯤 지나 장연읍으로 이사갔고 아버지는 거기서 약방을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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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대공황으로 생활 혹독했던 시기
평양 숭의여전 출신 어머니와 결혼
당시 몹시 어려웠던 약종상 시험 합격
민경배 박사가 두살이던 1935년 6월 생일을 기념해 찍은 사진. 민경배 박사 제공


내가 태어난 1934년 6월 22일은 세계가 대공황으로 그 생활이 가장 혹독했던 15년 전쟁기(1931∼1945)였다. 태어난 곳은 황해도 봉산군의 은파(銀波) 가당촌이라는 마을이다. 주시경(周時經)의 고향이기도 하다. 당시 나의 부모님은 할아버지 집에서 같이 사셨다. 할아버지는 서울 지주의 현지 감관(監官)이셨다. 그 지주는 재령의 광활한 평야 남어리벌의 논을 소유한 부자였다. 가당촌은 재령 남어리벌 한복판에 노량진 정도의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다.

여흥(驪興)민씨 가문인 아버지 민상기(1910~2003)는 배재중학교 3학년 때 재령의 명문 명신중학교로 옮기고 그 학교를 졸업했다. 어머니 기창길(1910~1995)은 평양 숭의여자전문학교 출신이다. 여자전문학교에 다닌 당대의 대단한 여성이 어떻게 아버지를 만나 시골 농가로 시집을 온 것인지 모르겠다.

어머니 말씀에 시골 시집살이는 고생길이었다. 할아버지 집에 일꾼이 열명가량 있었는데, 그들을 위한 식사를 다 어머니가 마련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짓고 곁들이 점심 그리고 저녁상까지 다 차렸다. 온종일 일만 한 셈이다. 내가 거기서 태어나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의심될 정도다.

아버지는 그 시골에서 나와야겠다고 불끈 주먹을 쥐셨다. 그리고 당시로서는 몹시 어려운 국가 약종상 시험을 준비하고 마침내 합격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에게 어렵게 출가를 허락 받았다. 이후 재령의 북율에 진출해 약방을 개업했다. 내가 3살 때 일이다. 그 광활한 논의 소유주는 아주 친절한 일본 할아버지였다. 나는 그 집에 자주 놀러 가서 한국인들은 먹을 수가 없었던 귤을 얻어먹곤 했다. 정말 꿀맛 같았다.

그러다가 한 2년쯤 지나 장연읍으로 이사갔고 아버지는 거기서 약방을 개업했다. 나는 다섯살 무렵 가당촌 할아버지 집에 갔다가 뒤뜰 과수원에 있는 배나무에서 설익은 제비 알 크기 배를 따 먹고 병에 걸렸다. 시골에는 약방도 없었기에 오래 앓았다. 위험한 정도까지 이르렀다. 어머니는 죽어도 집에서 죽자며 나를 데리고 장연으로 갔다. 그리고 좋은 약을 써서 살아났다.

장연에서도 세번 이사하면서 약방을 발전시켰다. 세 번째 옮긴 읍내리. 그 바로 뒤에 해서병원이 있었다. 그 원장 서재면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는 한국 최초의 기독교인이며 만주 심양에서 스코틀랜드 국립성서공회 파송 선교사 존 로스(J. Ross)와 함께 성서를 번역하고 일본에서 인쇄해 전국에 다니면서 판매한 서상륜의 직손이었다. 그의 아들딸과는 앞뒷집에 살며 친하게 지냈다. 당시에는 그런 대단한 한국교회의 정통 원조의 집안인 것을 모르고 지냈다.

그들도 6·25 때 남한으로 피란해 1950년대 후반 서울 수유리 어느 버스 안에서 그 딸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후 한 번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약력=1934년 출생. 중앙고등학교, 연희대학교 신과대학, 연세대학교 대학원, 영국에버딘대학교 신학원, 런던대학교 대학원 졸업. 연세대학교 교수 및 연합신학대학원장, 서울장신대 총장, 백석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현재 웨이크사이버신학원 석좌교수.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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