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교회’… 택시 핸들 잡은 목사, 퇴근길 청년을 보듬다

김동규 2024. 6.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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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TAXI(하이 택시).'

박 목사는 "직장인은 누구나 퇴근 후 일을 마쳤다는 성취감과 함께 상당히 피로하다"면서 "그래서 퇴근 시간이야말로 청년들의 영적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해 하이 택시를 운행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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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교회 ‘하이 택시’ 동승기
김윤기(운전석) 박주안 연동교회 청년부 목사가 지난달 30일 ‘하이 택시’를 운행하며 청년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HI TAXI(하이 택시).’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앞에 주차된 흰색 차량 보닛 위에 부착된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이 교회 청년부를 담당하는 김윤기, 박주안 목사가 택시기사를 연상케 하는 조끼를 입고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는 “청년부 직장인들에게 위로를 전하러 갑니다”라고 쓰인 전단이 있었다. 청년부 목사가 운전하는 택시는 목회 상담을 하는 ‘움직이는 교회’와도 같았다. 퇴근하는 청년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 주는 택시 안에서는 청년들의 기도 제목과 일상을 나누며 목회 상담까지 진행된다.

하이 택시에 동승한 기자는 목회자들과 함께 서울 양천구의 한 빌딩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는 박예송(27)씨가 첫 승객이었다. 목회자들은 택시에 탄 박씨를 반갑게 맞이한 뒤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건넸다. 내비게이션에는 박씨의 집 주소를 입력했다.

회사 이야기며 기도 제목 등을 나눴던 차 안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박씨는 “심방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면서 “목사님들 덕분에 편하고 즐거운 퇴근길이었다. 또 하이 택시에 타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는 서둘러 서울 여의도로 향했다. 오후 5시 정각이 되자 두 번째 손님인 홍혜림(27)씨가 택시에 올랐다. 홍씨는 다음 달 인턴 계약이 종료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퇴사 전 하이 택시에 꼭 타고 싶었다”며 “목사님들이 퇴근길을 함께해 주니 오랜만에 지옥철을 안 타도 되고 무척 행복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만과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고 싶다”는 기도 제목을 공유했고 찬양팀 어노인팅의 ‘우린 주를 만나고’를 신청했다.

하이 택시 운행은 자정을 넘겨 31일 오전 1시까지 이어졌고 모두 6명의 청년이 목회자와 함께 귀가했다.

김윤기(사진 오른쪽) 박주안 연동교회 청년부 목사가 출발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박 목사는 “직장인은 누구나 퇴근 후 일을 마쳤다는 성취감과 함께 상당히 피로하다”면서 “그래서 퇴근 시간이야말로 청년들의 영적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해 하이 택시를 운행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목회자들의 위로가 가장 필요한 이 시간에 청년들의 지친 마음을 보살피고 기도 제목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믿음을 지켜줄 수 있다”면서 “저 또한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면서 영적인 도전도 얻어 유익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직장에 출근하는 청년들을 만나기 어려웠고 겨우 시간을 맞춰도 점심시간에 잠시 보거나 이마저도 약속이 깨지기 일쑤였다”면서도 “하지만 하이 택시를 통해 청년부원들의 퇴근을 도우면서 동시에 신앙 상담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로 20대인 청년부원 외에도 3040세대 교인들도 직장에 다니는 비율이 높은데 기존처럼 집이나 회사를 방문하는 심방도 좋지만 이들과도 택시에서 만나 심방한다면 교회 허리 세대의 믿음을 지키는 데 효과적일 거로 생각한다”면서 “심방 범위를 좀 더 넓히는 것도 효과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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