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재벌가의 ‘공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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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게 마련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생활을 공개하며 행복한 일상을 과시하기도 한다.
좋든 나쁘든 인생사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나날일 테다.
개인 사생활에 그칠 수 없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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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게 마련이다. 꽃길만 걸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시련과 고난이 찾아오고 지나간다. 이를테면 이혼도 할 수 있고 형제끼리 다투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생활을 공개하며 행복한 일상을 과시하기도 한다. 좋든 나쁘든 인생사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나날일 테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삶의 지점을 ‘누가’ 겪느냐에 따라 얘기는 달라진다. 이혼하는 사람이 재벌가 회장이라면, 형제간 다툼 당사자가 대기업 오너가(家) 구성원이라면, 소셜미디어 헤비 유저(적극 이용자)가 대기업 회장이라면 해석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인 사생활에 그칠 수 없는 일이 된다. 순식간에 공적 영역으로 확장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에 대해 SK 측은 “총수 개인의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소송 자체는 물론 개인 일이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을 보면 총수 개인사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주식 포함 최 회장의 재산 규모를 약 4조원으로 봤고, 이 가운데 35%인 1조3808억원을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럴 수는 있겠다. 지주사인 SK㈜ 지분을 포함해 그룹사 상장·비상장 주식을 일절 건드리지 않고 재산 분할을 끝낸다면 그야말로 ‘개인의 일’로 마무리 짓게 된다. 최 회장은 SK㈜ 주식 17.73%를 보유하고 있고 SK㈜는 SK 주요 계열사 대주주다. 이를 통해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최 회장의 보유 지분이 그대로면 지배구조는 흔들리지 않고 회사는 지금처럼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분할 재산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으며 SK 관련 주식을 건드리지 않고는 자금 마련이 힘들어 보인다. 주식을 처분하면 지배구조 고리가 느슨해진다. SK그룹은 2004년 미국계 헤지펀드(행동주의 펀드)인 소버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경영권을 빼앗길 뻔한 전례가 있다. 10년 전 ‘소버린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해 묘수를 짜내야 할 판이다. 회장님이 벌인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SK그룹 계열사는 불안정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됐다.
단체급식 업체 아워홈은 오너가 남매의 싸움이 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다투는 이유가 ‘경영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있으므로 흔한 남매 싸움은 아니다. 그러나 4남매가 결국 돈 때문에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성장세를 이어가던 아워홈은 난데없이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장녀 미현씨와 손잡고 승기를 잡으면서다. 장남이 경영권을 가져가는 게 무슨 문제겠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길 것이라는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업주부 출신 미현씨가 대표이사로 나서겠다고 한 것도 경영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남매 전쟁에서 이긴 것은 여러모로 씁쓸한 일이다. 구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2021년 6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도 진행 중이다. 2021년 부임 후 매년 호실적을 거듭해 온 4남매 중 막내 구지은 부회장은 곧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경영권 분쟁이지만 기업 경영을 잘 해보려는 싸움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사적인 욕심이 공적인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재벌 기업가에게 ‘완벽한 사생활’은 없다. 사생활마저도 기업과 국가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선택이 기업 종사자 가족 수십만명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다. 많은 것을 누리는 만큼 책임과 의무를 무겁게 여겨야 할 일이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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