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의 달에서 화성까지] 화려하고 신비한 오로라, 과학자에겐 감시의 대상
“21년 만에 강력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덮쳤습니다. 미국 중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가 목격됐으며 통신, 전력시설의 장애가 우려됩니다.”
지난달 11일 저녁 뉴스다. 같은 날 우주물체 감시 네트워크인 ‘아울넷’(OWL-Net)에도 오로라가 검출됐다. 13일 신문기사는 이렇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천문연구원 아울넷 4호기에 오로라가 포착됐고 몽골 1호기와 보현산천문대 5호기에도 잡혔다.” 4호기 전천 카메라에 담긴 붉은빛은 초저녁 하늘의 반을 덮었다가 새벽 지평선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춤을 췄다. 우리 눈에 태양은 황백색으로 눈부신데, 자외선과 X선의 눈에는 그 거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번쩍, 하고 폭발이 일어나 지구보다 더 큰 불기둥이 솟구치는가 하면 그 플라스마 덩어리가 툭, 떨어져 나간다. 자기장에 갇혀있던 고에너지 입자들이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대규모 태양폭풍, 즉 코로나질량방출(CME)이 그것이다. 저에너지 입자의 ‘바람’ , 즉 태양풍 또한 끝없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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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라 현상 만드는 태양폭풍
단전 부르고 위성 고장 낼 수도
자기권 없는 달·화성은 무방비
미국선 해군·공군도 태양 연구
」
지구는 자기장 가진 거대 자석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지구는 거대한 자석인데, 그 자석이 만든 자기장에 태양풍이 쿵, 부딪혀 태양 쪽에 활 모양의 충격파가 발생한다. 그 안쪽은 자기장이 태양풍에 눌려 붙어 탄탄한 방패가 되며, 반대 방향으로 자기력선이 혜성처럼 긴 꼬리를 펼친다. 이게 지구 자기권의 큰 그림이다. 태양 쪽 자기권을 복숭아 반토막이라 치자. 지구가 복숭아씨라면 자기권 겉껍질은 그 10배 거리에 있지만, 반대쪽 꼬리는 지구 지름의 수백 배다. 그 꼭지와 배꼽, 즉 움푹 팬 곳이 자극(磁極)이다. 이 꼭지(지자기 북극)와 배꼽(남극)이 문제다. 태양풍과 태양폭풍(CME)에 취약한 급소이기 때문이다. 지구 바깥 대기를 이루는 기체 입자는 폭풍 입자와 만나 화려한 빛을 낸다. 이게 오로라다.
오로라는 폭풍 입자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꼭지와 배꼽 주변에 나타난다. 오로라를 지구 밖에서 내려다보면 도넛 모양인데, 그 폭이 위도로 10도, 거리로는 약 1000㎞다. 그러다가 폭풍이 거세지면 도넛이 팽창하며 올해는 더 강력해져 멕시코와 카나리아 군도, 우루과이와 한국에서도 오로라가 보였다. 역대급 폭풍 입자는 천문연구원이 띄운 ‘도요샛’과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실은 ‘레오도스’(LEO-DOS)에 잡혔다. 도요샛은 전리권의 급격한 변화와 자기장을 따라 들어온 오로라 입자를 관측했으며, 레오도스는 우주방사선이 갑자기 증가한 것을 검출했다. 당장 초대형 폭풍이 몰아치면 도시 전체에 전기가 끊길 수 있다. 게다가 인공위성에 오류가 나거나 불능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 폭풍은 전리권을 뒤흔들어 차량과 선박·비행체의 항법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미 해군연구소(NRL)와 미 공군연구소(AFRL)에서 태양을 연구하는 것은 군 작전에 끼치는 영향이 심각해서다. 태양은 11년 주기로 활발했다가 얌전해지는데 극성을 부릴 때는 하루 세 번, 조용할 때는 닷새에 한 번꼴로 코로나 질량방출이 터진다.
우주선(宇宙線·Cosmic Rays)은 광속에 가까운 고에너지 입자로, 90%가 양성자이며, 나머지 9%는 헬륨 핵, 1%는 리튬과 더 무거운 원소다. 우주선은 태양과 우리 은하의 별들, 먼 은하, 즉 거대 블랙홀을 품은 활동성 은하핵에서 오지만, 대부분은 별이 장렬하게 일생을 마치는 초신성 폭발 때 나온다. 그 에너지는 최대 10의 21승 전자볼트(eV)다. 사람이 만든 최대 입자가속기 에너지가 10의 12승 eV대에 머무르는 걸 생각하면 10억 배나 된다! 에너지가 클수록 지구까지 오는 확률은 낮아 10의 16 eV보다 센 것은 매년 1㎡에 1개가 지나갈 뿐이다. 태양폭풍은 기껏 10의 10승 eV지만, 입자 수가 많아 더 위험하다.
천문연, NASA 태양풍 연구에 참여
태양폭풍이 달과 화성을 강타한다면? 이 두 천체에는 자기권이 없어 폭풍 입자에 무방비 상태다. 40억 년 전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자기권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호막이 사라져 입자 폭격에 맥을 못 춘다. 기지와 우주복과 탐사차를 설계하려면 과학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파봐야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과 화성 표면·궤도에서 태양 활동을 감시하고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네 가지 목표를 정했다.
‘달에서 화성까지’(M2M) 프로젝트의 63개 목표 가운데 태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오는 9월 말, NASA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코덱스’(CODEX)라는 태양 망원경을 올린다. 코덱스는 태양풍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속도가 붙는지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천문연구원은 내년 말에는 누리호에 로키츠(ROKITS)라는 카메라를 실어 올린다. 로키츠는 3개의 눈으로 오로라를 찍어 CME의 영향을 예측하는 데 귀중한 단서를 줄 거라고 한다. M2M에 발을 담근 셈이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국 연방정부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를 발표했다. 그들은 직업과 조직 만족도, 추천 의사를 물었다. NASA는 이 조사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가 2위,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같은 정보기관이 공동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NASA 직원들은 자기 일을 평생의 업이자 역사를 바꾸는 기회로 여긴다. 2주 전, 세상을 뜨겁게 달군 그 폭발 지역이 다시 NASA의 태양우주망원경(SDO)에 잡혔다. 태양은 27일에 한 번 자전하는데, 지구에서 안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온 것이다. 천문연구원 SDO 데이터센터의 대형 화면에도 섬광이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며칠 안에 전파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을 점친다. 오로라는 덤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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