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대한민국 4대 업적과 보수의 혁신
성장 중시 + 민주·脫권위의 ‘중도 가까운 우파’와 비슷
보수 주류가 이 방향 걸을 때 보수의 재건 이뤄질 것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둔 5월 15일이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천하람, 이주영 당선인이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들은 경남 김해에서 국화꽃 1000송이를 구입해 오전 6시 광주 북구 망월동 국립묘지에 도착했다. 1묘역에 있는 776묘, 2묘역에 있는 219묘, 합계 995묘 전체에 참배했다. 국화꽃을 놓고, 절을 하고, 묘비를 닦는 행위를 7시간30분 동안 995번 반복했다.
이들은 왜 이토록 육체적으로 힘겹고 번거로운 995번의 참배를 했을까? 시야를 좁게 보면 이들은 언론용 쇼를 했다. 하지만 시야를 넓게 보면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청년보수의 등장’을 알리는 작업을 했다.
1945년 일제에서 광복 이후 79년이 흘렀다. 그간 한국 현대사는 네 가지 업적을 이뤘다. ①나라 만들기 ②압축 산업화 ③압축 민주화 ④압축 복지국가다. 이러한 네 가지 업적을 세 글자로 줄이면 ‘선진국’이다. 나라 만들기(Nation building)는 자본주의를 할지, 사회주의를 할지, 미국과 한편이 될지, 소련과 한편이 될지, 농지개혁을 할지 말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은 사회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학생운동 활동가들은 사회주의-소련-농지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반자본주의-반미 입장이었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현대사 전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른바 ‘적폐사관(積弊史觀)’의 탄생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 제3세계 국가 중에서 압축 산업화, 압축 민주화, 압축 복지국가를 동시에 성취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①나라 만들기 ②압축 산업화는 보수가 주도했다. ③압축 민주화 ④압축 복지국가는 진보가 주도했다.
현시점에서 ‘혁신 보수’는 무엇인가? 진보의 업적인 압축 민주화와 압축 복지국가의 중요성과 그 공로를 내면으로부터 인정하는 보수다. ‘혁신 진보’는 무엇인가? 한국 현대사에서 보수의 업적인 나라 만들기와 압축 산업화의 중요성과 그 공로를 내면으로부터 인정하는 진보다.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적극 찬성하는 혁신 보수의 중요성은 당위론적 차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선거공학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지점이다. 한국사람연구원 정한울 박사는 탄핵촛불연합의 형성과 해체를 여론조사를 토대로 추적해 최근 ‘5년 만에 막 내린 촛불 민주주의’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올드보수’와 ‘뉴보수’의 비교가 흥미롭다. 올드보수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모두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유권자다. 뉴보수는 2020년 총선에서는 찍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찍은 경우다. 역대 대통령 호감도에 대한 올드보수와 뉴보수의 비교가 흥미롭다.
괄호의 숫자는 호감의 강도다. 올드보수 유권자들은 박정희(0.90) 박근혜(0.62) 이명박(0.53) 이승만(0.51) 순으로 좋아한다. 그다음 순서가 노무현(0.45) 김대중(0.35) 문재인(0.05)이다. 전형적인 보수층이다.
흥미로운 것은 뉴보수의 답변이다. 1순위는 박정희(0.69)다. 다만 강도가 다르다. 올드보수는 0.9였는데, 뉴보수는 0.69다. 2순위부터가 재밌다. 2순위는 노무현(0.61), 3순위는 김대중(0.54)이다. 박근혜(0.31) 이명박(0.29) 이승만(0.25)은 4~6순위로 밀린다. 뉴보수는 박정희 다음으로 노무현과 김대중을 좋아했다. 심지어 박정희(0.69)와 노무현(0.61)의 호감 수치도 비슷하다.
이러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정희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상징한다. 노무현은 탈권위주의를 상징한다. 김대중은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뉴보수는 한마디로 ‘민주 보수’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성장을 중시하되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도 중시하는 보수’를 의미한다. 뉴보수 유권자들은 누구일까? 2030세대와 50대 유권자층이다. 이들의 다른 표현은 ‘중도에 가까운 우파’다.
냉전세력은 탈(脫)냉전이 되면 망하고, 민주화 세력은 민주화가 되면 망한다. 민주당 86세대의 정치적 존재감이 확 뜨는 경우는 보수 정부가 ‘권위주의로 회귀’할 때다. 한국 보수의 주류가 ‘민주주의 DNA’로 재무장하고, ‘복지국가’의 방향을 수용할 때 보수의 재건이 이뤄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낡은 진보’ 역시 다수 대중으로부터 변화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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