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정글 한복판에 ‘서울 4배 규모’ 수도 만드는 인니…한국엔 기회?

박형수 2024. 6. 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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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에코스페리티 위크에서 누산타라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에 대해 연설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오는 8월 17일, 보르네오섬에 위치한 누산타라를 새 수도로 공식 선포한다. 누산타라는 고대 자바어로 군도(群島)를 뜻한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차기 대통령은 10월 취임식에 맞춰 공무원 6000여 명과 함께 누산타라로 이주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선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면서 관망하던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누산타라 수도청(NCA)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일본·중국 등 각국 기업으로부터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주거 단지와 관련된 투자의향서가 400여 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는 350억 달러(약 48조원)로, 조코위 대통령은 이 중 20%(70억 달러, 약 9조6000억원)만 정부가 충당하고 나머지 80%는 해외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 본격적인 민자사업 발주가 이뤄진다.

「 8월 누산타라로 천도 선포
해수면 상승·지반 침하 이유
‘인도네시아판 네옴 시티’ 사업
“세종시 경험, 한국 참여 기대”

누산타라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중국 기업들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철도건설공사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누산타라의 교통시스템을 개발하는 제안서를 보냈다면서 “중국 기업들은 이미 조코위의 계획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누산타라의 최대 투자국은 싱가포르로, 약 29개 기업이 투자 의향서에 서명했다. 이어 일본이 2위, 중국·말레이시아가 공동 3위다. 미국의소리(VOA)는 “중국이 2년 안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누산타라의 해외 직접투자국 1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코위 최대 유산…차기 대통령 계승

누산타라는 ‘인프라 대통령’으로 불리는 조코위의 최대 프로젝트이자 ‘인도네시아판 네옴 시티’로 불리는 초거대 사업이다. 2019년 8월 조코위 대통령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북쪽으로 1300㎞ 떨어진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예산 상당 부분을 코로나 대응에 투입했고, 신수도법 제정과 착공 일정은 밀렸다. 2년 6개월이 지난 2022년 1월에야 수도 건설법을 통과시키고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가 변수로 떠올랐다. 2014년 첫 당선했고 2019년 재임에 성공했던 그는 오는 10월 임기가 끝난다. 인도네시아는 대통령 3선이 불가능하다. 차기 대통령에 따라 수도 이전이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해외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조코위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한 프라보워가 당선된 뒤 투자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박경민 기자

수도 이전를 추진하는 배경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도시 침하 문제가 있다. 자카르타는 인구 1060만 명, 수도권 일대엔 3000만 명이 밀집한 메가시티다. 하지만 인구 과밀화와 함께 해수면 상승과 지하수 고갈에 의한 지반 침하로 한계치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자카르타가 연간 최대 15㎝씩 침하하고 있으며, 2050년엔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자카르타 전체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은 상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기후 위기로 수도 이전이 결정된 세계 최초 사례”라고 전했다. 누산타라가 수도가 되면 자카르타는 경제 특별구 지위를 얻게 된다.

신수도가 들어설 보르네오섬은 1억4000만 년 된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 우림으로 뒤덮여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오랑우탄 등 멸종 위기에 처한 토착종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누산타라 예정지의 총 면적은 2561㎢로, 자카르타(662㎢)와 서울(605㎢)의 4배, 싱가포르(740㎢)의 3.5배 규모다.

환경파괴 우려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누산타라를 친환경 스마트 시티로 설계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풍력·태양광·수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을 사용하고, 도시의 65%를 숲으로 조성해 206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게 조코위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미 2022년부터 약 20만 명의 노동자가 투입돼 ‘정글 속 유토피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사 진행 상황이 가장 빠른 곳은 정부핵심업무구역(KIPP) 내 위치한 대통령궁이다. 대통령궁은 인도네시아 국조인 전설의 새 ‘가루다’가 양 날개를 펼친 모습을 형상화했다. NASA(미국항공우주국·나사)가 최근 공개한 위성 사진에선 보르네오섬 동부 지역에 빽빽한 열대우림이 잘려나가고, 그 자리에 넓게 펼쳐진 도로망과 거대한 건물들이 확인된다.

누산타라에 미국 빅테크 기업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30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가 자카르타를 방문해 조코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에 향후 4년간 17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달 17일 애플의 팀 쿡 CEO도 자카르타를 찾아 인도네시아에 아이폰 제조 시설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속력 있는 계약 전무…한국은 관망

조코위 대통령은 이들 기업에 새로운 시설을 누산타라에 건설해달라고 제안했다. 부디 아리 세티아디 통신정보부 장관은 “조코위 대통령이 애플에 누산타라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업무협약(MOU)나 투자의향서 수준에서 이뤄질 뿐이고, 구속력 있는 투자 약속은 전무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월, 일본의 손 마사요시(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은 자카르타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300억 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 뒤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철회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누산타라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주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 정부·기업도 아직까진 누산타라 개발에 적극 뛰어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경험을 살려 누산타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의향을 내비쳐왔다. 복덕규 코트라 아세안지역전문가는 “누산타라 신수도 이전 사업은 동남아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최대 이슈”라면서 “단순한 사업성을 따지기보다는, 도심항공교통(UAM)·수소 산업 등 한국의 신기술과 역량을 세계에 홍보할 기회로 바라보고 주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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