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與其不孫也 寧固(여기불손야 녕고)
2024. 6. 3. 00:21
‘孫’은 본래 ‘손자 손’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지만, 한자는 음이 같은 경우에 서로 빌려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겸손할 손(遜)’을 ‘孫’으로 쓰기도 한다. ‘寧’은 ‘편안할 녕’으로 훈독하며 ‘안녕(安寧)’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지만, 부사로 사용할 때는 ‘차라리 녕’으로 훈독한다.
난세에는 못된 사람들이 활개를 친다. 공자 시대도 난세였다. 불손하게 날뛰는 사람도 많았고, 검소가 지나쳐 고루(固陋:누추할 루)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자는 “사치하면 불손하고 검소하면 고루할 수 있는데, 불손하기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게 낫다”고 했다. 불손을 고루함보다 더 나쁘게 본 것이다.
현대는 ‘있어 보이도록’ 자신을 포장하는 시대라고 한다. 촌스러운 고루함보다는 세련된 양 포장하는 불손함, 심지어 ‘갑질’이 더 ‘있어 보이고’ 낫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 특히 장수하는 연예인을 보면 하나같이 고루할지언정 불손하지 않다. 불손함보다는 고루함이 낫다는 증거이다. 불손함의 대가로 코를 다쳐본 사람이 하는 씁쓸한 고백이 “겸손은 어려워”다. 성공은 다른 게 아니다.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게 성공이다. 불손한 ‘날티’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촌티’가 사람을 모으는 힘이 더 강하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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