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조기 입학시키면 출산율 오를 것”…조세연 황당 제언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 간행물에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여학생의 1년 조기 입학’이 제시됐다. 남녀 간 발달속도를 고려해 여학생을 한해 일찍 입학시키면 결혼 적령기에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인데 성차별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따르면 이런 내용은 최근 발간된 ‘재정포럼 5월호’의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를 쓴 장우현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인구 문제를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로 정의한 뒤 생산가능인구 확보를 위한 저출산 대책을 단계별로 나열했다.
문제가 된 건 ‘남녀 교제 성공 지원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장 연구위원은 이성 교제 성공을 위해 정부가 만남을 주선하거나 자기계발을 지원해 이성에 대한 매력을 제고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은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줄 여아 조기 입학과 향후 남녀 교제 성공률 간의 인과관계나 기대 효과 등은 담기지 않았다.
이번 조세연 보고서에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늘리기 위해 은퇴한 노인들을 해외로 이주하자는 방안도 들어갔다. “노령층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하고 기후가 온화한 국가로 이주하여 은퇴 이민 차원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양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 보고서가 공개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주장이 나오면 성차별 이슈는 당연히 따라오는 수순인데 깊은 고민 없이 나온 제언”이라며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향후 저출산 대책 평가를 하게 될 국책연구기관에서 필터링 없이 이런 보고서가 나왔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조세연 산하에 인구정책평가센터를 개설하고 향후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사후평가 업무를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맘 카페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상황에 MZ세대들이 결혼해서 애 낳고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조세연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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