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 가려진 위험 [취재수첩]
‘사상 최대 실적’.
실적 발표 시즌마다 등장하는 표현이다. 올 1분기에는 보험사 실적 발표에서 이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 등 4개 대형 손해보험사는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나타난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다. 장래 이익을 뜻하는 보험계약마진(CSM) 측면에서 초기 부채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높게 설정한 탓에 계약 초기 이익이 과대평가된다는 것. 반면 계약 후기로 갈수록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다. 결국 미래 이익을 현재로 당겨온 것에 불과하다.
보험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미래 대비는 필수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고정 이하 자산은 4조5137억원이다. 1년 전보다 54% 늘었다. 고정 이하 자산은 쉽게 말해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부실자산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낮은 출산율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은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 이익을 현재로 당겨올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모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대환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덕분에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탄 고객이 급증한 것. 일회성 요인을 빼면 실적이 오히려 악화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여러 후발 주자들이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업체들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1분기 실적 발표도 마무리되는 단계다. 글로벌 경제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금융사들의 ‘실적 자랑’보다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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