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돌봄 ‘원스톱’…수익보다 인프라 우선 [스타트업 창업자 열전]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공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인구가 632만명으로 20대(629만명)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범위를 노인 기준으로 좀 더 넓혀보면 전체 인구의 19%가 65세 이상이다. 이 상황에서 당연히 떠오르는 산업군이 있다. 헬스케어, 복지·커머스 등 시니어 산업이다.
그런데 분명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임에도 스타트업 중에 뚜렷하게 성장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창업이 이뤄지다 보니 중장년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이런 가운데 30대가 창업, 장기요양 사업을 시작으로 커머스, 시니어하우징, 요양보호사 교육원 등 시니어케어(노인 돌봄)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며 업계 선두 스타트업을 만들어 화제다. 케어링 얘기다. 2019년 김태성 대표가 설립한 케어링은 소속 요양보호사만 4만2000명, 서비스 이용자 수는 누적 약 1만2000명을 자랑할 만큼 급성장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해 부산, 경남, 대구, 광주 등에 방문요양센터와 주간보호센터 14곳을 운영하고 있다.
뚜렷한 성장세 덕에 올해 2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 75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케어링이 첫 창업이 아니다.
쿠차, 오피지지, 키토랩 등에 몸담거나 창업 멤버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계속 시장이 커지고 니즈가 다양한 요양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명에는 ‘케어+ing’, 즉 ‘모든 어르신들의 삶 끝까지 케어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 이유를 돌이켜보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서였다. 우연히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친한 지인이 요양 사업이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 뜬금없는 이야기라 지나치려고 했는데 이후 이모와 고모가 모두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터뷰해보니 요양보호사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요양의 최전방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큰 사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시장에는 당시 요양보호사 급여를 담합하는 경향이 있었다. 케어링은 이런 방향에 휩쓸리지 않고 요양보호사 권익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잡았다. 처음에는 이런 방침에 시큰둥한 반응이 많았다. 김 대표는 “요양보호사의 급여, 복지를 높여 시니어케어 품질을 끌어올리겠다고 적극 설득했더니 취지에 공감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각 지역에서 탁월한 요양 사업자들이 합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케어링은 어떻게 돈을 벌까. 이를 뜯어보기 위해 우선 케어링 창업 전 시니어케어 시장의 ‘페인포인트’, 즉 가려운 부분을 짚어봐야 한다. 노인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동네의 새로운 요양 서비스 업체를 찾아야 한다. 또 방문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다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싶으면 센터를 옮겨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정부가 요양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재가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
케어링이 정부 방향성에 맞춰 ‘원스톱’으로 인프라를 구축하자 시장이 적극 반응하기 시작했다.
사업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어르신 집으로 요양보호사를 보내주는 방문 요양 서비스, 어르신을 시설로 이동시켜 식사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주간 보호 서비스다. 서비스 제공에 따른 매출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개인에게 나눠서 돈을 받고 있다.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 모든 국민이 받는 의료보험을 생각하면 쉽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약 70~80%는 의료보험에서, 나머지는 자가 부담을 한다. 이처럼 65세 이상이면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이라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들어온 매출 중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에게 급여를 제공하고 남는 것이 케어링의 수익이다. 일본에는 조 단위 매출을 일으키는 요양 기업이 4~5개 있는데, 케어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본처럼 모든 요양 서비스를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직영으로 운영한다.
위기는 습관적으로 다가온다
케어링이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당장 처음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고객을 만날 수가 없었다. 고심하던 끝에 과감하게 비대면 IT 솔루션을 개발하고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했다.
이 시스템을 100인 미만 소형 방문요양센터들이 반겼다. 공단 지침에 따라 운영할 수 있게 케어링의 운영 매뉴얼과 연결하니 편리하다는 이유였다. 그 덕에 전국 수만 명의 노인을 IT 솔루션을 통해 케어할 수 있는 회사가 됐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계획된 흑자’ 통할까?
케어링은 아직은 적자다. 인프라 투자에 공을 많이 들이다 보니 이익이 나기 힘든 구조다. 한편에서는 시니어타운 건설 열풍이 불고 있는데 김 대표는 “아직은 그 단계로 가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상장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김 대표는 단단하게 사업 모델을 밟아 고도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단순 방문 요양 사업 부문만 보면 빠른 시일 내 흑자전환도 가능하지만, 주간 보호나 목욕 차량 등에 계속 투자하며 시설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의 조 단위 시니어케어 회사들도 초반에는 IT 솔루션, 노인 이동 서비스, 주간보호센터의 다양한 교육 과정, 노인 맞춤형 제품 등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이후 이를 집약해서 시니어타운을 짓고 운영한다는 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쿠팡처럼 케어링도 ‘계획된 적자’ 전략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복지 용구와 주거 서비스 개선이 절실하다고 본다. 일본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 케어 서비스는 노인 식사도 다양하지 못하고, 침대나 휠체어 등도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게 김 대표의 시장 진단. 케어링은 이런 복지 용구 분야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해 더 저렴하고, 더 좋은 제품을 국내 노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수십 가지의 시니어 전용 브랜드로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주거 서비스를 제안하는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한 공간에서 노인들이 통합 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거 서비스를 제안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한다.
“가장 친했던 대표가 요양 사업을 정리하며 본인은 힘들어서 그만두지만, 본인 자신의 노후를 위해선 케어링이 잘돼야 한다며 힘내라고 웃어주던 상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김 대표는 “통합 요양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진정으로 만족하고, 정부의 방향성에도 부합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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