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감사합니다" 눈물 흘린 김민규 "해외 진출 꿈, 포기하지 않아"
정상을 앞두고 번번이 고개 떨군 김민규가 2년 만에 우승,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김민규는 2일 충북 충주시 킹스데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 결승에서 조우영을 꺾고 우승했다. 2022년 6월 한국오픈에 이어 통산 2승째. 우승 상금은 1억6000만원이다.
김민규는 2022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당시 우승 상금만 5억 5000만원. KPGA 투어 상금왕까지 바라봤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한동안 대회 출전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상금랭킹 2위로 시즌을 마친 그는 지난해에도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맞았지만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그는 "2022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첫 승 달성 후 빨리 승수를 추가하고 싶었다. 이후 우승하지 못해 속상하고 힘들었는데 이번 대회서 2승째를 거둬 그 아쉬움이 해소가 됐다. 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이날 우승까지도 쉽지 않았다. 결승전 상대는 2001년생 동갑으로 안양 신성중학교 동창인 조우영이었다.
김민규는 10번 홀까지 3홀 차로 뒤졌으나 11번 홀부터 13번 홀을 내리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14번 홀을 내준 김민규는 15번 홀 버디로 만회했다. 결국 두 번째 연장에서 김민규는 1m 버디 퍼트에 성공,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김민규는 "초반에는 샷감이 좋았는데 퍼트에서 잔 실수가 여러 번 나왔다. 반대로 조우영 선수는 초반부터 퍼트가 좋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멘탈에 영향이 가긴 갔다"면서 "막판에는 조우영 선수도 체력 저하로 인해 샷이 흔들렸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이어 "중학교 때 조우영 선수와 함께 데상트코리아가 주최한 르꼬끄배 전국중고등학생 골프대회에서는 단체전 우승을 합작했다. 나는 개인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고 인연을 소개하며 "경기 전에는 '우리 서로 잘하는 것을 보여주자. 버디 많이 잡아내면서 경기하자'고 이야기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조우영 선수가 '축하한다'고 했고 나는 '고맙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김민규는 우승 후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아버지가 뒷바라지해 주시느라 고생하고 계신 걸 알았다. 이런 것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난 것 같다"며 "KPGA 첫 승 때나 이번 대회 우승이 정해진 뒤 아버지를 보면 기뻐하는 리액션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속으로는 진심으로 기뻐하실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민규는 15세 때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 기록을 남겼다. 고교 진학 대신 일찌감치 해외 무대로 눈을 돌린 그는 유러피언프로골프 3부 투어에서 2차례 우승하고 유러피언프로골프 2부 투어에서도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가 운영을 멈춰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렸을 때라 무작정 (해외로) 나갔다. 현재 KPGA 투어에서 뛰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면서 "상황이 좋지 않아도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2022년 교통사고의 영향으로 인해 아직도 손목이 불편할 때도 있다. 건강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규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 상금랭킹 3위(2억4794만원)로 올라서며 대상과 상금왕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다승이 목표다. ‘코오롱 한국오픈’에서도 우승해 ‘디오픈 챔피언십’에 또 1차례 출전하고 싶다. 또한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 올라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하고 싶다.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는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응시 자격과 DP월드투어 시드 1년이라는 특전이 주어지기 때문에 꼭 이뤄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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