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날린 게 왜 내 책임인데?" 텐 하흐, 안토니 등 영입 실패 비판에 '고개 갸우뚱'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맨체스타 유나이티드를 이끄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발생한 영입 실패작에 대해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더선'은 1일(한국시간) "에릭 텐 하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적료 4억 파운드(약 7050억원)를 날린 것에 대해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영입된 선수들의 이적료를 주목했다. 지난 2022년 여름 맨유 지휘봉을 잡은 텐 하흐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선수 16명을 영입하는데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했다.
일부 영입은 성과를 거뒀으나 몇몇 선수들은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영입을 추진한 텐 하흐 감독과 함께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매체가 꼽은 문제의 선수는 안토니, 카세미루, 라스무스 호일룬, 메이슨 마운트, 안드레 오나나까지 총 5명이었다.
브라질 윙어 안토니는 맨유 역대 최악의 영입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다. 아약스 시절 텐 하흐 감독 제자였던 그는 지난 2022년 여름 스승의 부름을 받아 맨유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난 2년 동안 82경기에서 11골 5도움만 기록했다.
2022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에 7000만 파운드(약 1234억원)를 주고 영입한 브라질 미드필더 카세미루는 데뷔 시즌 좋은 활야을 펼치면서 맨유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했지만, 2년 차에 기동력 등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이번 여름 이적시장 때 방출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덴마크 출신 호일룬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맨유가 옵션 포함 총액 7200만 파운드(약 1269억원)에 영입한 공격수이다. 데뷔 시즌에 그는 전반기에 리그에서 1골도 넣지 못했지만, 리그 10골 2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43경기 16골 2도움으로 시즌을 마무리 하면서 나쁘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카메룬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도 아약스 시절 텐 하흐 감독이 지도했던 선수인데, 맨유는 지난해 여름 다비드 데헤아 대체자로 영입하기 위해 인터밀란 4720만 파운드(약 832억원)를 주고 오나나를 영입했다. 오나나는 데뷔 시즌 초반에 불안한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줘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시간이 흐르자 안정을 찾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에 영입된 오나나와 호일룬은 전반기에 부진했어도 후반기에 제 역할을 해주면서 평가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메이슨 마운트는 아니었다.
잉글랜드 미드필더 마운트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첼시에서 6000만 파운드(약 1057억원)에 영입됐지만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많이 빠지면서 1시즌 동안 겨우 753분만 소화해 안토니와 함께 구단 역대 최악의 영입생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거액을 주고 영입한 선수들이 좋지 못한 성적을 내면서 영입을 추진한 텐 하흐 감독에게 많은 비판이 향했는데, 텐 하흐 감독은 이들의 영입을 승인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매체에 의하면 텐 하흐 감독은 "지불된 가격은 실제로 매우 높지만 이 부분에 대해 내 책임은 없다"라며 "구단은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었지만, 영입을 성공시키지 못한 선수들을 포함해 모든 협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클럽의 영입 정책이 재앙이었다는 건 현실보다 좀 더 미묘한 차이가 있다"라며 "모두가 부정적이지만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클럽의 기반은 더욱 견고해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외부에 보이지 않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분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2년 여름 맨유와 2025년 6월까지 계약한 텐 하흐 감독은 이번 시즌 부진한 한 해를 보냈지만 2년 연속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맨유에서의 미래가 안갯속에 빠졌다.
당초 맨유는 2023-24시즌 종료 후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 하흐 감독은 2023-24시즌 한 해 동안 모든 대회에서 총 85골을 실점해 허용해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맨유의 단일 시즌 최다 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또 시즌 개막 후 리그 38경기에서 14패를 거둬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 리그 최다패 기록을 새로 쓰면서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기존의 맨유의 단일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패는 12패(2013-14, 2021-22시즌)였다.
그렇기에 맨유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FA컵 결승전 결과와 상관 없이 텐 하흐 감독과 결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텐 하흐 감독이 FA컵 결승전에서 맨시티를 잡아내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를 잔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맨유는 지난 25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선제골과 코비 마이누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면서 통산 13번째 FA컵 우승을 달성했다.
2015-16시즌 이후로 8년 만에 FA컵 우승을 맛보자 많은 맨유 팬들이 텐 하흐 감독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디 애슬렉틱 소속 앤디 미튼 기자에 따르면 여론 조사 결과, 맨유 팬들의 84%가 잔류하길 원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맨유가 맨시티를 상대로 인상적인 2-1 승리를 거둔 후 웸블리 스타디움을 떠나는 일부 팬들은 텐 하흐가 잔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며 팬들 상당수가 텐 하흐 감독의 잔류를 지지 중이라고 전했다.
FA컵 우승으로 텐 하흐 감독이 자신에 대한 여론을 호의적으로 바꾸면서 맨유 수뇌부들은 대회가 끝났음에도 아직까지 경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구단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텐 하흐 감독은 자신의 맨유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면서 만약 구단이 자신을 내보내도 다른 팀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맨시티와의 FA컵 결승전이 끝난 후 인터뷰를 통해 "나는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있으며, 우리가 정확히 원하는 곳에 있다. 우리는 현재 미래를 위해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다"라면서 "내가 부임했을 때 맨유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팀은 발전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트로피를 획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2년 만에 트로피 두 개를 얻은 것도 나쁘지 않고, 세 번의 결승전에 올랐던 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다.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라며 맨유가 올바른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물론 성과도 충분히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텐 하흐 감독은 계속해서 "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라면서 "만약 팀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트로피를 얻기 위해 다른 팀으로 향할 것이다. 이게 내가 내 커리어를 보낸 방법이다"라며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매체에 의하면 맨유가 만약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결정한다면 구단은 후임으로 그레이엄 포터, 토마스 투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로베르트 데 제르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중 한 명을 선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더선 캡처,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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