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3단계 휴전안’ 제시…네타냐후 “하마스 제거 전까지 전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가자지구 전쟁 휴전안을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전멸과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없이는 영구 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휴전안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종전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하마스의 군대와 통치 능력을 없애고 모든 인질의 석방, 가자지구의 비무장화가 이뤄지기 전까진 종전과 관련해 어떤 합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1일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측의 제안”이라며 이스라엘군 일부를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하마스가 인질 일부를 석방해 6주 동안 전쟁을 중단하고 영구적인 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는 ‘3단계 휴전안’을 공개했다.
휴전안 1단계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6주간 교전을 중지한다. 이스라엘군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하고, 하마스는 여성·노인·부상자 등 일부 인질을 석방한다. 이 기간 양측은 종전 협상을 진행한다.
2단계에선 양측이 종전을 약속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전면 철수한다. 하마스는 생존한 인질을 모두 풀어준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가자지구 재건 계획이 시작된다. 하마스는 사망한 인질들의 시신을 이스라엘에 송환한다.
하마스는 새로운 휴전안을 즉각 환영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합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명확히 한다면 건설적 태도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성명을 냈다.
국제 사회도 호응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최근 진전이 지속적 평화를 위한 당사자들의 합의로 이어질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고 전했고, 휴전 중재국인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공동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민간인과 인질 및 그 가족의 오랜 고통을 즉시 완화할 협상이다. 원칙을 구현하는 합의를 마무리하라”며 양측에 휴전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휴전안 수용과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직후 성명을 통해 하마스 측에 새 휴전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추가 성명을 통해 ‘하마스 제거 전까지 전쟁 종식은 없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안에 선을 그었다.
이번 추가 성명은 네타냐후 총리의 국내 정치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것이라기보다는 국내 정치 세력을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발표 후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은 새 휴전안을 거부하지 않으면 연정을 붕괴시키겠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네타냐후 총리 연정은 120석의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64석을 차지하고 있어 4명만 이탈해도 과반 의석을 잃는다. 네타냐후 총리의 핵심 지지기반인 강경파가 등을 돌리면 연정은 무너지고 3개월 이내 선거를 치러야만 한다. 극우 연정의 반대가 극심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받아들이면 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국 의회의 상·하원 합동 연설 초청을 수락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미 의회는 서한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테러와 싸우고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추구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이상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이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이스라엘 정부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확한 연설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8월 의회 휴회 직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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